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이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을 두고 정보기술(IT)기업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만큼 이번 투자발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애리조나주에 70억달러(약 8조22억원)를 투자하고, 신기술을 활용하는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을 밝혔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해당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3,000여개의 숙련직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 공장에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보다 향상된 기술을 적용하며 완성품들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무인기(드론)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대부분의 반도체를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오리건 등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번 공장 신설 계획으로 기존에 있던 인텔이 피닉스 인근 공장 ‘팹 42’도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지은 이 공장은 이미 완공됐지만 경기 둔화 등 시장상황 악화로 가동되지 못했다. 팹42가 가동되면 추가적으로 약 7,000명이 고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의 전격적인 투자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텔은 미국에서 주로 연구를 진행하는 대신 전체 생산 제품 가운데 80% 내외를 해외로 수출한다. 인텔은 중국과 이스라엘에도 생산시설이 있지만 이번 투자로 미국 제조업의 핵심기업이 될 것임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크르자니크 CEO는 최근 트럼프 정부 ‘제조업 일자리 창출 이니셔티브’에 합류하기도 했다.
한편 인텔은 지난해 4월 전체 직원 중 11%에 달하는 1만2,000여명을 해고하고 비용절감을 통해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자본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으로 약 23억 달러를 확보했고 이는 2017년 중반부터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인텔 측은 이번 공장신설이 지난해 인텔 구조조정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