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신임 국무장관이 한국에 대해 이미 충분한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우리 정부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한미동맹이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틸러슨 장관은 최근 미 상원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한국은 미군을 지원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8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정당한 몫을 분담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미군 철수까지 시사했던 것에서 상당 수준 완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나토를 향해 “많은 (나토) 회원국이 그렇게 (적절하게 재정적으로 기여)하지 않았고 많은 회원국은 (적정 수준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고 주장한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외교 및 국방 당국은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관련 언급은 한국이 아닌 나토를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왔다.
다만 틸러슨 장관이 서면답변에서 “향후 관련 대화가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공평한 분담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힌 만큼 일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빨라야 올해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에 미국이 벌써부터 자신들의 패를 보여 한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틸러스 장관이 서면답변에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대북접근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틸러슨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도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한편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을 올려둘 것”이라고 말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은행 등을 제재하는 것으로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에서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종용해온 만큼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틸러슨의 ‘군사적 위협’ 언급도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과 관련해 관심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군사적 위협’ 언급이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 강화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