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을 노리는 후보들의 근로시간 단축 공약은 결국 ‘워킹맘’ ‘육아 대디’에게 육아와 보육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지금보다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304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주자들의 보육공약을 정리하자면 육아 부담을 남녀 모두가 분담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금까지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에 중점을 뒀으나 대상을 부모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 맞게 아빠의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를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동자 삶의 질은 최하위이고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며 보육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근무시간을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임금 감소 없이 단축하고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육아를 부모 모두의 몫으로 보고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엄마와 아빠 모두가 가정에 충실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출산부터 보육까지 국가가 지원하겠다며 국가의 역할도 강조했다.
육아 정책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중점 공약이다. 저출산을 국가의 최대 과제로 삼겠다는 유 의원은 대선 1호 공약으로 ‘육아휴직 3년법’을 꺼내 들었다. 민간 기업도 최대 3년까지 3회에 걸쳐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상 자녀의 연령도 만 7세에서 만 18세로 넓히고 육아휴직 급여를 현재 40%에서 60%까지 늘리자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가에서 보육을 책임져야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한편 0~12세 아동에게 연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출산·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을 약속했다. 안 지사는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낮은 ‘블랙기업’에는 정부조달이나 정책금융 등의 지원을 원천 배제할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지원을 늘리겠다는 공통된 의견은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보완할 점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의 유연근로제 확대 발상은 좋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받는 돈도 줄어들어야 하는데 기존 근로자들과 형평성을 맞출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육아휴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지만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수도 없다. 지금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현장에서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강제적인 도입보다는 법인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육아휴직 확대로 인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지금보다 심화될 수 있다. 육아휴직 급여를 올리기 전에 재원마련 대책도 수반돼야 한다. 이처럼 대선주자들의 공약에는 ‘디테일’이 빠져 있어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