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인 노부부가 “한국 도서를 사는 데 써달라”며 평생 모은 돈 100만달러(약 11억4,690만원)를 하와이 공립도서관에 쾌척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무일푼으로 하와이로 건너간 문유진(82), 문숙기(76) 부부. 이 부부는 지난달 말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주지사 사무실에서 강영훈 하와이 총영사, 주의회 의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부부가 설립한 한국도서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기념식을 가졌다.
이게 주지사는 “문 부부의 오랜 기여로 한국 관련 책자와 잡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DVD를 도서관에 비치할 수 있었다”며 “하와이에 거주하는 시민이 한국 책을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2년 뒤 하와이 매컬리 모일릴리 공립도서관의 한 층을 ‘한국관’으로 만들기로 하고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숙기 할머니는 “우리는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와 남편은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냈고 저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보석 장사를 하며 살았다”며 “자식과 손자에게 유산을 남기는 것보다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더 값지다는 생각에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고 전 재산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10여년 전부터 (재산 기부) 계획한 일을 실천한 것뿐”이라며 “그동안 소수민족이어서 받은 차별의 한을 풀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한국 관련 도서가 도서관에 더 많이 비치돼 한국이 역사와 문화가 있는 나라로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부부는 서울 출신으로 문 할아버지는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에서 일했다. 이후 미주리주립대에서 유학하고 시카고 선타임스 기자, 하와이 일본 신문 영문 담당 기자, 호놀룰루시청 공보관·시의회 사무장 등 18년간 시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미 해군수사국, 연방수사국(FBI) 등에서도 근무했다. 할머니는 1981년 하와이로 여행을 갔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해 정착했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대장암, 할머니는 2000년 갑상선암, 유방암에 이어 2010년 폐암 말기 선고까지 받고 현재 투병하고 있다. “20년간 고생을 많이 했어요. 2세들은 돈 걱정 좀 하지 말고 한국 책을 봤으면 하는 생각에 우리 부부의 전부를 내놓은 겁니다. 저는 이제 죽을 때가 됐어요. 재산을 기부하는 데 흔쾌히 허락한 남편과 자식들에게 고마울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