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임원들의 퇴직 인사리스트를 상세히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청와대가 현 정부와 정치적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 기업에 특정 인물의 인사 배제를 지시하고, 최고경영자가 개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12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권 회장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문자 메시지 송수신 내용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15년 8월 말 안 전 수석에게 “강모 박사는 9월 1일부로 사직하며, 민모 박사는 다음 정기인사 시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권 회장이 언급한 강 박사는 포스코경영연구원 대표이사 소장을 역임하고 이 연구원의 전문임원(부사장급)으로 재직하던 인사다. 민 박사 역시 같은 연구원 상무로 재직 중이었다.
이들은 참여정부 시절 각각 청와대 혁신관리비서관과 업무혁신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특히 민 박사는 청와대 재직 당시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이들이 권 회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한 시기에 맞춰 사직한 점에 비춰보면, 안 전 수석이 직접 포스코에 ‘물갈이 인사’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된다.
특히 권 회장이 안 전 수석에게 곧장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답장한 것으로 볼 때, 안 전 수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검찰과 특검 수사팀은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권 회장은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에 관여한 혐의(강요미수)로 기소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인사 상황도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레카는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강탈하려다 미수에 그친 회사다.
이에 따라 박영수 특검팀은 포스코 등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으로도 관련 수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