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이 첫 재판을 앞두고 구치소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대응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 6일 판사 출신 이상원 변호사(48·사법연수원 23기) 등 2명을 변호인단에 추가 선임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반박하기 위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특검 수사 초기 당시에 평소 친분이 두터운 공안검사 출신인 케이씨엘의 정동욱 변호사(68·4기)와 법원장 출신 김경종 변호사(63·9기) 등 4명을 선임해 대응한 바 있다.
아직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 등 4명의 첫 재판 날짜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 등 3명 사건의 첫 재판이 오는 21일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평소 박학다식한 법률 지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 ‘법꾸라지’(법률+미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은 김 전 실장이 과연 이번 첫 재판엔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현재 지난달 2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부터 24일째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김 전 실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대비할 때도 정 변호사와 함께 특검팀이 주장한 범죄사실을 조목조목 살피고 소소한 일부 문구에도 일일이 지적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지금까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일관되게 모르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김 전 실장은 다가올 첫 재판에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비서실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특검팀은 공소유지를 위해 블랙리스트 수사를 담당한 이용복 특검보(56·18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특검팀은 우선 이 특검보 등 2명으로 재판을 시작한 뒤 상황에 따라 추가 인력 보강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헌재는 오는 20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 증인 신문을 위해 김 전 실장을 재소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