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과정에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이번에는 예산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가 대회예산 중 정부 부담분을 일부 감액하는 조건으로 대회사업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광주시는 당장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2019 세계수영선수권은 207개국 1만5,000여명의 선수·임원이 참가하며 2019년 7월18일부터 8월4일까지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1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국제대회의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예산 1,930억원 중 문화·홍보 행사비용 등 일부 예산을 광주시가 부담하게 하는 조건으로 사업안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문체부의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 대한 예산 변경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12년 정부로부터 635억원의 예산을 승인받은 광주시가 국제수영연맹(FINA)의 정관변경에 따라 예산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예산안을 처음보다 무려 3배나 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예산이 20% 이상 증액되는 경우 사업 타당성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고, 3배나 예산을 늘린 광주 또한 예산 재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문체부는 절차에 따라 의결한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사업안을 기획재정부에 넘겼다. 예산 내역이 일부 수정된 사업안을 기재부에 넘기면서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 필요한 최종예산 규모는 기재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예산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기재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문체부보다 좀 더 엄격하게 예산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지출하는 예산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광주시가) 보내준 사업계획서를 한 달 반 가까이 검토한 후 시가 부담할 부분에 대해 조정을 했다”면서도 “좀 더 촘촘하게 예산을 살피는 기재부로 넘어가면 예산 중 정부가 지출하는 항목을 냉혹하게 자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주시는 FINA 정관이 변경되면서 시설기준이 강화되고 종목이 추가돼 예산 증액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또한 광주시가 FINA 정관변경에 따라 필요한 예산만 추가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FINA의 새 정관에 따라 아마추어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마스터즈 대회도 세계수영선수권과 함께 열게 되면서 광주시가 책정한 예산은 635억원에서 1,930억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치부터 말썽이 있었던 터라 예산 증액을 둘러싼 이번 논란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은 2013년 강운태 당시 광주시장이 FINA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공문서 위조’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대회다. 강 전 시장은 ‘정부가 1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국무총리의 사인까지 위조해 유치의향서에 허위로 포함시켰다. 유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국제적인 망신은 피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