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을 꿈꾸는 한국야구 대표팀이 익숙한 ‘약속의 땅’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했다.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할 대표팀은 12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입성했다. WBC 대표팀이 오키나와에서 훈련하기는 처음. 역대 대회에서는 일본 후쿠오카·도쿄, 하와이, 대만 타이중에서 손발을 맞췄다. 올해 대회는 1라운드 경기가 한국(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이라 가깝고 따뜻한 오키나와를 택했다. 국내프로야구 팀들의 스프링캠프지로 인기 있는 곳. 구장 등 훈련환경에서도 이보다 나은 곳을 찾기 어려웠다.
대표팀은 3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23일까지 오키나와에 머문다. 이 기간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19일 나하 셀룰러스타디움), LG 트윈스 2군(21일 구시가와구장), 일본 요코하마 베이스타스(22일 기노완구장)와 평가전도 치른다. 귀국 후에도 쿠바·호주 등과 평가전을 이어갈 대표팀은 다음 달 6일 이스라엘과의 A조 1차전에 나선다.
이번 대표팀은 WBC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여장을 풀었다. 부상(류현진·박병호)과 소속팀의 차출 반대(김현수·추신수), 사건사고(강정호) 탓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는 마무리투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한 명뿐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훈련 중인 오승환은 이달 말 귀국해 국내 평가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한다. 역시 미국에서 훈련하는 중심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17일 오키나와에 들어간다. 이대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었다.
최근 미국 ESPN은 WBC 대표팀 전력을 분석하며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팀 한국을 6위로 꼽기도 했다. 1·2회 때만큼 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신화를 이끌었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 역시 “28명 최종 엔트리를 짜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팀 사정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그러나 “이제 그런 것들은 잊어버리고 훈련과 경기만 생각하려 한다. 새로 뽑힌 (손아섭·박건우·오재원 등) 선수들의 의욕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 선수들과 함께 좋은 결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대표팀에는 전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는 말로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하기도 했다. 두산 베어스 주장인 내야수 김재호를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한 김 감독은 투수 보직과 타순 등은 대회 직전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종(KIA 타이거즈)·장원준(두산) 등이 선발투수로, 이대호·김태균(한화 이글스)·최형우(KIA)가 중심타선을 이룰 것이라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이스라엘·네덜란드·대만과 같은 조인 한국은 네덜란드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레드삭스) 등 메이저리그 유명 내야수가 즐비한 네덜란드는 국내프로야구에서 활약한 투수 릭 밴덴헐크(일본 소프트뱅크)도 최종 엔트리에 포함했다. 각 조 상위 두 팀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하며 결승라운드는 3월20~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