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위대한 동맹인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이해하고 완전히 알았으면 좋겠다.”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 늦은 시간에 예정에 없이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를 넘겨받은 뒤 이 한 마디만을 남겼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은 항상 일본과 함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내 옆에 서 있다”며 일본이 앞장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날렸다.
10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 중인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은 자국 내에서도 ‘조공외교’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설득은 제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도 못한 채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염두에 둔 ‘양자 간 무역·투자관계 심화’라는 문구를 공동 성명에 넣을 정도로 경제 문제에서는 미국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안보 관련 분야에서만큼은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내며 ‘밀월 관계’로 발전한 두 나라의 결속을 세계에 과시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이라는 동북아시아 두 요주의 국가를 지렛대 삼아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얻어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미사일 발사는 두 정상이 전날 정상회담 후 성명 발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강조한 미일 동맹의 결속을 한층 부각시켰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 일정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관해 일본이 방위력을 강화해 문제 해결의 전면에 나서고 미국이 이를 전폭 지지하는 듯한 그림을 이끌어냈다.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very very high priority)”고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공동성명에서 미일 양국이 북한 문제 대응을 위한 안보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일 양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추가도발을 삼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미국은 전방위 군사력을 통해 본토와 외국의 미군, 동맹을 완전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일본을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일본이) 방위 분야에서 인재를 확보하고 전투능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체 방위력 증강을 강조하는 일본의 야망에 힘을 실어줬다.
아베 정권은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동북아의 축이 되겠다는 명분으로 일본이 방위비를 증액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북한 문제의 당사자이자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경계하는 한국의 입장은 고려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미 유력 매체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또 다른 중요 동맹인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또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국의 일본에 대한 방위 의무를 정한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을 공동성명에 명기했다. 중국과 일본의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또 “핵과 재래식 전력에 바탕을 둔 미국 군사력을 사용해 일본을 방위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양국이 안보 동맹임을 재확인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연내 일본을 방문하기로 해 양국의 밀월 관계 지속을 예고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오는 11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답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일본 도쿄를 조기 방문해 양국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