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북한이 강경 노선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질주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안보 문제는 다음 정권 내내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남북·한미·한중·한일 관계는 물론 미일·미중 관계 등 주변국 관계도 재설정될 것으로 보여 대통령 후보의 외교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드 찬반, 가장 첨예한 안보 사안=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찬반 문제는 무기체계의 본질과는 관계없이 대북관과 대미관의 척도처럼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각종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찬반 사이에서 모호함을 유지하며 득실을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재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올 들어서는 “한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드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다음 정부로 넘겨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라며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중도 성향 유권자를 안심시키고 전통적 지지자도 붙잡기 위해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한미 동맹국의 약속이므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쉽게 뒤집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사드 수용 쪽에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 지사의 입장에 대해 “한일 합방도 합의했으니 그냥 둬야 한다는 것과 같다”며 정면 비판하면서 집권하면 철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주장한 사람 중 하나인 만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사드를 경기도에 배치해도 좋다”며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남북 관계 개선 뜻은 같지만=북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후보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북한은 도발을 멈춰야 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새 역사를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후보들 간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 발짝 더 들어가면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다. 먼저 문 전 대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 노력이 병행돼야 근본적인 남북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온 발언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말이다.
안 지사 역시 “남북 대화를 통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 시장도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며 화해 협력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개성공단을 다시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 지사는 보수 성향의 바른정당 소속이지만 대화와 협력을 중시한다. “제2개성공단을 세우겠다는 안 지사의 뜻에 찬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남북 관계가 DJ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이를 복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 의원의 스탠스는 반대다. 유 의원은 “대화를 하되 제재는 더 강력히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모순적인 말로 들리기도 하는데 간단히 ‘대화’보다는 ‘더 강력한 제재’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균형외교냐 현실외교냐=외교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의견은 ‘균형외교’다. 미국 또는 중국에 치우치지 않는 외교전략을 구사해 리스크를 줄이고 국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위안부 합의는 무효이며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안 지사는 “미국 중심의 국제적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며 현실론을 주장한다. 대신 중국과의 관계, 특히 경제적인 면을 고려할 때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는 쪽이다. 위안부 합의는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자주적 균형외교’를 내세우며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자국 이익을 위해 주둔하는 것인데도 한국이 많은 비용을 부담한다”며 지금까지의 한미 관계에는 굴욕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 의원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사드에 대한 중국의 반대와 경제보복에 대해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며 강경 대응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남 지사는 균형과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