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서경씨의 #오늘도_출근] 직장인 '최악의 1분=엘리베이터'





여러분은 회사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1분’이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점심시간 시작 1분 전? 퇴근하기 1분 전?

물론 근무시간 중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쉴 수 있는 점심시간이나,

상상만 해도 즐거운 퇴근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건 힘겨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1분’이 괴로운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기다림 끝에 꿀 같은 휴식시간이 보장되니까요.

괴로움 보다는 설레는 1분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사실 직장인이 말하는 괴로움이란 육체적, 물리적 고통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괴로움이란 어떤 걸까요?

변덕이 팥죽 끓듯 하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데 진절머리가 난다거나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기획안을 두고 끙끙대는 것처럼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들입니다.

스트레스의 근원은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심지어 ‘답 없는 기획안’ 스트레스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업무적 긴장감 보다 ‘일을 망쳤을 때 끓어오를 상사의 분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는 걱정과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이렇게 같이 있기만 해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사람과는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게 상책입니다.

제 주변에는 껄끄러운 상사와 화장실에서 마주치지 않으려다가 말 못할 병을 얻은 친구도 있습니다.

얼마나 마주치기 싫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마냥 웃을수만도 없는 말그대로 웃픈 직장인의 자화상인 셈이죠.

이제 눈치채셨나요? 가장 괴로운 1분은 바로 엘리베이터 앞입니다.



피할 곳 하나 없이 밀폐된 공간 안에 생각만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누군가와 덩그러니 남겨졌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1분은 체감으론 1시간쯤 될지도 모릅니다.

어색한 공기는 상사와 부하직원 모두 느끼지만 그 어색함을 깨야 한다는 중압감은 아랫직급인 사람이 훨씬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횡설수설하며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을 내뱉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말실수를 범하기 쉬운 거죠.

얼마 전 국내 화장품회사 A의 마케팅팀에 근무중인 ‘청일점’ 김대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실언을 한죄(?)로 ‘개념 없는 남자’로 낙인 찍히고 말았습니다.


칼 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오팀장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사달이 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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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 (어색함을 이기지 못하고) 오팀장님, 오늘은 금요일이라 그런지 일찍 퇴근하시네요. ^^

오팀장 : (약간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주말이니까 좀 쉬려고요. 내가 퇴근해야 팀원들도 빨리 퇴근할 수 있기도 하고요.

김대리 :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아, 네네. 집에서 쉬시게요?

오팀장 : (그런 걸 왜 묻냐는 투로) 그래야죠. 김대리는요?

김대리 : 하하 저는 오늘 소개팅이 있어서요.

오팀장 : 아, 네… 좋은 주말 보내요~

김대리는 그 짧은 1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었다고 말합니다.

찜찜함 때문에 대화를 복기해봤지만 오팀장에게 실수라고 할만한 이야기는 안 했다고 확신하기도 했죠.

그런데 월요일이 되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김대리가 분명 ‘일찍 퇴근하시네요’라는 인사말을 건넸을 뿐이고 ‘소개팅’이 있다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도 하긴 했지만 ‘개념 없다’는 욕을 들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소문은 이렇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노처녀인 오팀장에게 김대리가 눈치도 없이 소개팅 자랑을 하면서 늦은 퇴근시간을 운운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오팀장의 염장을 제대로 질렀다는 거죠.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와전되기 쉽다고들 하지만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 김대리는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 때문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김대리.

“아무리 어색해도 참으세요. 어색함을 풀어보려는 순간 당신의 인생이 꼬일지도 모르거든요”

김대리의 사례는 다소 극단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말이란 게 원래 듣기에 따라서는 수십 수 백 가지 다른 뜻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쉽다는 점과 상상 외로 온 몸의 날을 곧추세운 동료들이 주변에 넘쳐난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타까운 결론이지만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입조심’의 생활화가 필수적입니다.

김대리는 끝으로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대화의 압박을 줄이려면 가급적 눈을 마주치지 마세요. 눈빛이 교환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을 시작하게 될 지 모르거든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러워도 참아라, 그 감정적 노동까지 당신의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

뒷맛이 씁쓸합니다.

녹록지 않은 직장생활이 던져주는 결론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자꾸 끄덕이고 있어서 그래서 더 서글픈 날입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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