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깨져도 흐르지 않는 액정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깨져도 흐르지 않는 액정 화면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 연구팀은 액체 액정 재료들을 금속과 같이 단단한 결정처럼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3차원 나노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액정 재료는 손쉬운 배향 제어, 빠른 반응 속도, 이방적(anisotropic)인 광학 특성 등으로 인해 액정표시장치(LCD), 광학 센서 등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유기 소재이다. 그러나 액정 재료는 물풀과 같이 유동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구조의 제어가 어렵고 안정적이지 않아 활용 범위가 제한됐다. 휴대전화 화면이 깨졌을 때, 액정 물질이 흘러 못쓰게 되는 게 바로 액정의 액체 성질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제한된 공간에서 액정 분자들의 자기조립(self-assembly) 현상을 유도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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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액정 재료가 들어 있는 수십 나노미터크기의 2차원의 한정된 공간을 위아래 옆, 사방에서 눌러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액정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물질로 3차원적 나선형의 나노 구조체를 제작한 뒤 그 내부에서 액정물질이 자가조립 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좁은 공간을 3차원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윤 교수는 “이렇게 공간 자체를 줄이게 되면 유동적으로 흐르는 액정 물질조차 마치 고체처럼 단단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라며 “이는 승강기 안에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있다가 많은 사람이 탑승하면서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현상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냉각이나 건조 등의 추가 공정 없이도 유기액정재료를 금속 결정에 버금가는 배열로 3차원 공간에 균일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 및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액정 소재의 고유 성질과 융합하면 고효율의 광전자 소자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원천기술을 이용하면 현재 사용되는 2차원적 광식각 공정(Photolithography)에 비해 10배 이상 제작 과정을 간소화시킬 수 있다”며 “반도체, LCD 등 관련 분야에서 신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김한임 박사가 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2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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