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브랜드 매장의 상권 잠식으로 국내 소비자의 외면을 받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개별 중국인 여행객인 ‘싼커’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 ‘패션뷰티 성지’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줄고 개별 관광객인 싼커가 늘자 패션·뷰티업체가 발 빠르게 싼커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해당 지역에 신규 매장을 잇달아 출점하고 있는 것. 대표 관광명소인 명동에서 벗어나 취향에 맞춰 쇼핑 지역을 찾는 싼커의 특징에 따라 트렌드의 중심인 가로수길이 ‘제2의 명동’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이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인 토니모리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이 매장은 토니모리가 브랜드 출범 10년 만에 가로수길 상권에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다. 로고·매장 배치 등 새로운 매장 콘셉트를 적용하는 한편 기존 매장보다 색조 라인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가로수길을 찾는 싼커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처음으로 해당 지역에 매장을 내기로 결정했다”며 “중국 관광객에게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이는 등 홍보 창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뷰티의 대표주자인 LG생활건강도 지난 1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메인 로드에 위치한 한일빌딩을 200억 원대에 사들였다. 지상 4층 규모의 이 건물 주변에는 SPA 브랜드 H&M과 스파오, 롯데백화점의 패션관인 엘큐브 등이 위치해 있어 메인 로드 중에서도 중심부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은 후·숨37·더페이스샵·빌리프·VDL 등 가로수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체 뷰티 브랜드들을 이 건물에 모아 통합 멀티숍으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랜드도 지난해 미국 SPA 브랜드 포에버21이 영업하던 건물을 매입한 후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자체 SPA 브랜드인 슈펜과 스파오를 입점시켰다.
주춤했던 가로수길 상권이 다시 패션·뷰티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른 이유는 천편일률적인 분위기의 명동·홍대 상권과 달리 국내 쇼핑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해 싼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명동이나 강남역에 비해 임대료도 저렴해 업체들이 다양한 콘셉트와 규모의 매장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포화 상태였던 가로수길 상권에 싼커라는 새로운 소비층의 유입되면서 이곳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단체 관광객의 빈자리를 대신할 싼커를 잡기 위한 가로수길 내 업체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