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고 50층 높이의 잠실 주공 5단지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보류되고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49층 재건축 계획도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재건축 조합과 부동산업계에서는 35층 기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운영 중인 기준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35층 제한에 후퇴가 없음을 재천명했다. 35층 제한 찬성 측은 개별 단지의 이익과 쾌적성보다 도시차원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고층·고밀로 도심의 직주(職住)근접의 효율성과 주민 주거 질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획일적 기준은 재고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조합의 50층 요구와 35층 기준을 확고히 유지하겠다는 서울시 사이에 논란이 있었다. 현재는 서울시가 광역 중심이 아닌 주거지역의 층고는 35층으로 제한하겠다는 기준을 명확히 재천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관련된 논란은 과거 오세훈 시장 시절 압구정동 고층화 계획에서 제시됐듯 시대에 따른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고민스러운 부분은 관련된 단지들이 서울대도시권의 실질적인 도심인 강남 고용중심지에 인접한 주거지역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서울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젊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난다는 보도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었다. 정말 비싼 집값을 못 견뎌 탈출하는 것이었을까. 그럼 서울시내에는 빈집이 늘어나야 하는데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나타나듯 전국에서 가장 공가율(전체 주택 수 대비 빈집 비율)이 낮은 도시가 서울시다. 누군가는 더 들어와 빈집을 채웠다는 이야기다. 결국 서울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주택재고의 증가 속도가 사회적인 가구 분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빈 땅이 사라진 서울에 주택을 더 짓는 방법은 고밀의 재건축과 재개발밖에 없다. 그런 중심도시의 특성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서울대도시권 공간구조가 양산될 뿐이다. 가능하면 고용 접근성이 좋은 곳의 개발밀도를 높이는 것이 곧 도래할 고령화시대의 축소도시를 준비하는 선제 전략일 것이다.
고층화 및 고밀화는 서울대도시권의 실질적인 고용중심지인 강남권역에서는 피하기 힘든 방향성일 것이다. 필자가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왔던 지난 1999년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난개발에 대한 반감이 극히 높았다. 서울시내 단독주택지역에 뜬금없이 들어서는 ‘나 홀로’ 아파트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사람이 비판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해당 지역들은 ‘나 홀로’가 아닌 ‘다 같이’ 아파트 지역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급격한 경제적 성장에 기반한 서울대도시권의 물리적 확대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중심도시지역에 담긴 고밀개발에 대한 시장 압력의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고층·고밀의 도시 주변부 개발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지금도 서울대도시권의 도심인 강남권의 주거지역 밀도나 높이가 저 멀리 화성동탄이나 혹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하남시의 밀도나 높이보다 높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밀도와 연계된 높이의 기능적인 측면을 생각한다면 공간의 2차원적인 활용에 머물게 하는 저층·고밀에 비해 고층·고밀은 공간을 3차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결과 고밀주거에서 통풍·조망·일조 등 거주의 질적인 쾌적성(amentiy)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하게 된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 한강변 경관과 관련된 연구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때 화두는 산과 같은 조망대상에 대한 조망권의 보장이었다. 여러 가지 주장 중의 하나는 한강변 올림픽대로에서 우면산과 같은 조망대상이 7부 능선까지 조망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단지가 반포지역의 아파트였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고 기준 설정을 위한 조망점이 사람들이 가기 힘든 한강의 중심선으로 옮겨지는 선택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렇다면 다른 대안으로 많은 사람이 남북으로 출퇴근하면서 해당 산을 바라보게 되는 한강 다리 위를 조망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주장하고 싶은 것은 경관과 관련된 가치 판단은 그리 합의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공공용지 기부채납을 통해 주거지역에 50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는 것이 허용됐다. 그 한 예가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건립된 56층의 C 단지다. 필자는 강변을 달릴 때 이 건축물의 랜드마크적 심미성을 즐긴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도는 다를 것이다. 논란을 극복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경관과 관련된 규칙이 정해졌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단순한 경관적 측면뿐 아니라 기능적인 중심성이 고려돼 차별화되고 효율적인 공간구성으로 담아낼 수 있는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35층이라는 기준을 모든 주거지역에 적용하는 것은 어쨌든 획일적인 선택이다. 1,000만 대도시의 핵심 고용중심지에서 근거리에 위치한 도심 주거지의 밀도와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조금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