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에 이르는 시계 초침이 빨라지면서 대선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여야의 발걸음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른바 ‘벚꽃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각 당과 대선주자들은 캠프 진영을 실전형으로 정비하고 있다.
여야의 각 대선주자 선거캠프는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 탄핵심판 변론을 끝내기로 함에 따라 늦어도 3월13일 이전까지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4월 말~5월 초에 대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탄핵 인용 시 여야는 앞으로 두 달여 사이에 당내 경선과 이후 대선 본선을 압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선이 조기에 실시될 경우 대선주자들이 제대로 국가 운영 비전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해 준비되지 못한 대통령을 뽑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대선주자들이 정책과 인재 풀을 얼마나 잘 꾸리느냐가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지율 1위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의 대응이 가장 기민하다. 문 전 대표는 마케팅전문가로 이름 난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겸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캠프 홍보본부장에 내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의 정책두뇌 역할을 맡아온 김수현 서울연구원장도 이달 말 사직하고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다음주에는 20명 규모로 공보특보단을 발족할 예정이며 이후 정무특보단 등도 순차적으로 꾸리게 된다”며 “다양한 인재 영입으로 언제든 정부를 구성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유력한 대항마로 떠오르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경제정책 청사진 완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날 충북 청주시 일대의 바이오산업 현장을 방문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오송첨단산업지 등에 새로운 산업 형태를 만들어낼 때”라며 “충북바이오밸리와 혁신도시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서울은 경제수도, 세종시는 정치행정수도, 대전은 과학기술수도, 대전은 패션디자인수도, 광주는 문화예술수도, 부산은 해양 및 해운수도로 특성화,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대선 호흡도 가빠졌다. 그동안 당내 경선구도는 사실상 안철수 전 대표의 독주로 점쳐졌던 탓에 상대적으로 흥행요소가 부족했다. 하지만 수차례 대권에 도전해온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이날 공식 입당하면서 앞으로 안 전 대표, 손 의장 간 양자대결 구도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됐다.
탄핵 인용 여부에 영향을 미칠까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자유한국당도 이제는 대선 채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지난 16일 대선준비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탄핵 인용 확정 시 조기 대선 40일 전까지 당내 경선 등을 통해 대선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아직 한국당의 대선주자들은 지지율이 미미한 상황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경기불안 속에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도 집권당으로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준다면 전통적인 보수층은 물론이고 중도 성향 부동층도 흡수할 수 있다고 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범여권인 바른정당은 2월 말부터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선관리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각각 이종우 중앙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4선 경륜의 김재경 의원을 임명했다. 경선방식은 20일 나올 것으로 전해지는데 여론조사, 휴대폰을 활용한 문자투표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