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김정남 암살 男용의자 모두 北 국적"

말레이경찰, 배후 지목

행방 수색 국제공조 요청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실상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19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국적 남성 용의자의 신원을 추가로 공개하며 이들의 행방을 수색하기 위한 국제공조를 요청했다.

이날 쿠알라룸푸르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부청장은 “김정남의 사망원인은 독극물”이라며 “신원이 확보되지 않은 남성 용의자 4명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 외에 이날 추가로 신원이 공개된 남성 용의자는 홍송학(34)·리희연(32)·오종길(55)·리재남(57)이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국적의 남성 리지우(50) 등 또 다른 3명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과 직접 접촉한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2명에게 스프레이 발사 등을 사주한 남성 용의자들을 사건의 주모자라고 파악한 만큼 김정남 피살이 결국 북한의 지령에 따른 행동이라는 설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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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누르 라시드 부청장은 “이들 (남성) 용의자는 모두 외교관이 아닌 일반여권을 보유했다”면서 “북한 정부 소속인지 (특수 목적으로 양성되는) 공작원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경찰 측은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의식한 듯 기자회견 내내 “용의자들이 북한 국적자라는 점만 확인 가능하다”며 확대해석을 극도로 경계했다. 이날 기자회견으로 ‘북한 배후설’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지만 신원이 드러난 남성 용의자들이 모두 김정남이 피살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한 상태여서 향후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진상파악을 위한 또 다른 물증인 시신 부검 역시 첫 단계인 신원확인부터 가로막히면서 아직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누르 라시드 부청장은 기자회견 내내 김정남이 소지했던 여권명이 ‘김철’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신의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지가 직접 와야겠지만 아직 아무도 신원확인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가족이 나서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사인 규명에 대해서도 경찰은 “화학국으로부터 김정남 부검 보고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독성검사가 완료되면 사인이 확인될 것”이라는 원론적 설명을 제기했다. 노르 라시드 부청장은 “시신에서 검출한 독극물 종류는 확인되지 않아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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