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크레용 먹는 조카들 보고 반짝…벌꿀로 만들면 되겠다 싶었죠"

[S-STORY]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생 창업 뒷이야기

척추 부상 딛고 셔틀콕 자동발사기 수출

병원 월급쟁이 벗어나 발톱교정기 개발

글로벌 시장 누비는 '혁신가'로 발돋움

김창식 티엘산업 대표김창식 티엘산업 대표


“제대할 당시만 하더라도 앞길이 막막했는데 창업을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창업은 내 인생의 돌파구가 돼주었죠.”

김창식(38) 티엘산업 대표는 전투기를 정비하는 공군 부사관이었다. 전문성도 인정받아 직업군인의 길을 결심했지만 뜻하지 않게 척추 부상으로 지난2014년 2월 푸른 옷을 벗어야 했다.


막막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왔다.

재활을 위해 배드민턴을 치던 중 셔틀콕을 원하는 곳으로 발사하는 훈련용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배드민턴 동호인 회원들은 아이디어가 좋다고들 했다.

김 대표는 정비 실력을 살려 지난해 셔틀콕 자동발사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현재 국내 주요 배드민턴클럽뿐 아니라 일본·인도네시아 등에 팔려 나가고 있다.

위기는 기회. 실업이 넘쳐나는 ‘헬조선’에 참신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혁신가)’로 변신하고 있다. 창업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모험가들의 몫이다. 실업의 아픔도, 안정된 직장의 달콤함도 창업자들의 도전을 잠재우지 못했다.

고재진 노브앤마치 대표고재진 노브앤마치 대표


여성인 고재진(32) 노브앤마치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내 이름 걸고 회사를 차려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게 인생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야성이 발동했다.


‘맨땅에 헤딩’할 수는 없는 일. 회사에 다니며 크라우드펀딩 등 창업 교육을 받았다. 아이템이 고민이었다. 어린 조카들이 화학 크레용을 먹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쳤다. 천연벌꿀을 원료로 한 크레용 ‘컬러쥬’를 개발한 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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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위한 돈도 필요하고, 유럽 시장 수출도 준비해야 하고 갈 길이 멀어요. 하지만 취업보다는 창업이 더 큰 목표였기 때문에 지금 순간 너무 행복합니다.”

김민석 비에스케어 대표김민석 비에스케어 대표


고 대표처럼 창업가여서 행복한 이는 또 있다. 대학에서 재활의료학을 전공하고 족부정형외과 전문병원에서 일했던 김민석(35) 비에스케이 대표. 월급쟁이로 나쁘지 않았지만 창업을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아찔하기까지 하다.

“창업을 안 했으면 오히려 평생 후회하며 살았을 거예요.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 체계를 갖추는 데 돈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 너무 좋아요.”

그가 개발한 제품은 내향성 발톱 환자를 위한 ‘발톱교정기’. 발톱교정기로 말려 있는 발톱살을 펴준 뒤 하루에 한 번씩 2주가량 미지근한 물에 담그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손톱깎이처럼 발톱교정기도 한 가구에 한 개씩 보급하는 게 목표”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들 세 젊은이는 오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들과 함께 지난 1년간 창업 교육을 받으며 실전 창업에 나선 동기생은 300명.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의 중소기업연수원에서는 ‘스파르타의 전사 300’처럼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300 앙트레프레너’가 사회 속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안산=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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