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앓이. 피아니스트 김선욱(29)에겐 조금 일찍 찾아왔다.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심지어 최초의 아시아권 우승자가 된 때가 그의 나이 18세 때였다. 영재, 가장 주목할만한 신예 등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리즈 콩쿠르 우승자라는 프레임은 한편으론 그가 극복해야 할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어느덧 10년. 중견 연주자의 반열에 오른 김선욱은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판가름날 또 다른 30년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다음달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노 리사이틀을 앞두고 21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은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한 해에도 수많은 영재와 신예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30~40대에도 꾸준히 연주하는 이들은 드물어요. 이 시기를 이겨내야 60~70대에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피아니스트에게도 30~40대는 애매한 나이입니다. 살아남으려면 계속 연주하고 나만의 해석을 쌓아가야 해요.”
연륜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수록 그가 찾은 것은 베토벤. 이미 2009년 협주곡 전곡을 시작으로, 2012~2013년 소나타 전곡 연주, 2015년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등으로 찬사를 받은 그지만 여전히 베토벤은 숙제였다. 김선욱은 최근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을 그만의 해석으로 연주해 앨범으로 내놨다. 2015년 2장의 앨범 녹음 이후 14개월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다음 달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는 김선욱판 ‘비창’, ‘월광’, ‘열정’을 소개하는 자리다.
김 씨는 “베토벤의 3대 소나타는 이미 많은 명연주자들이 내놓은 명음반이 많지만 반드시 해보고 싶은 곡들이었다”며 “나만의 언어로 번역한 베토벤의 비창, 열광, 열정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마무리 멘트 역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김 씨는 “10년간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주했고 이 과정에서 하나의 겹을 쌓았다고 생각한다”며 “베토벤에 대한 나만의 관념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지금까지 하나의 겹을 만들었다면 연륜이 쌓일수록 그 겹을 늘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역시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7월 독일의 드레스덴 필하모닉과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협연, 11월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과의 독일 가곡 연주회 등의 중요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2014~2015년 상주음악가로 활동했던 본머스 심포니의 제안으로 지휘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 씨는 “전업 지휘자가 되기에는 피아니스트로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며 “많은 연주자들과 교감하고 조율할 수 있는 곡이라면 언제든 지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