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는 롯데그룹의 선택은 젊음과 실무 중심의 능력이었다. 동시에 경영권 분쟁과 지주회사로의 개편 등으로 어수선한 그룹 안팎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신동빈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였다.
21일 롯데그룹이 단행한 경영혁신실을 비롯한 2개 부문, 9개 계열사의 임원 인사 결과 신 회장의 측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황각규 신임 경영혁신실장이 앞으로 롯데그룹의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맡게 됐으며 소진세 사장도 사회공헌위원장과 함께 회장 보좌역으로 여전히 신 회장의 곁을 지키게 됐다.
새로 신설되는 4대 사업부문장 중 선임이 확정된 화학사업부문의 허수영 부문장과 식품사업부문의 이재혁 부문장 역시 신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며 롯데홈쇼핑 대표로 내정된 이완신 롯데백화점 전무 역시 신 회장과 가깝다는 평가다.
각 계열사 사장단은 이전보다 대체로 젊어졌다. 이 부문장을 대신해 롯데칠성(005300)음료의 ‘투톱’ 체제를 이끌어갈 이영구 대표이사 전무와 이종훈 대표이사 전무는 1962년생으로 이 부문장보다 여덟 살이나 적고 박찬복 롯데로지스틱스 신임 대표이사 전무도 1961년생으로 이재현 현 대표보다 일곱 살 적다.
경영 능력도 검증된 인사였다는 평가다. 대체로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오랫동안 몸담아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전면배치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011170) 신임 사장은 지난 2014년부터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로 있으면서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홍열 롯데정밀화학 신임 대표 역시 롯데엠알씨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영구 롯데칠성 음료BG 대표와 이종훈 롯데칠성 주류BG 대표 역시 손꼽히는 영업통으로 경력을 인정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 경영권 분쟁 등 그룹 안팎에 큰일이 많은 롯데로서는 무엇보다 경영 안정이 우선돼야 했을 것”이라며 “세대교체와 실적 위주의 인사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했다.
롯데그룹은 93개 계열사를 4대 사업 부문으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함으로써 지주회사로의 전환 의지도 내비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BU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을 위해 관계 계열사들 공동의 전략 수립과 국내외 사업 추진 및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번 조직 개편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의 사전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카드 등 일부 금융계열사는 금산분리원칙을 고려해 이번 사업 부문 재편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정책본부는 신 회장이 지난해 말 약속한 것처럼 그룹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라는 두 축으로 나눠진다. 기존 7실 17팀 200여명으로 구성된 정책본부는 가치경영·재무혁신·커뮤니케이션·HR혁신팀 등 4개팀으로 줄여 경영혁신실로 일부 편입되고 준법 경영과 법무 감사 기능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에 속한다. 전체 인원도 기존의 70% 수준인 140여명으로 줄인다.
롯데그룹은 22일에는 유통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유통 부문장과 해당 계열사 임원 인사를 확정하며 23일에는 호텔 및 기타 계열사의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쇄신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고 외형확대가 아닌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도덕성과 준법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