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의 저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국내 건설업체들이 저가 입찰을 자제하면서 대규모 해외 수주에 실패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21일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6억6,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월(29억3,564만달러)에 비해 43.4% 하락한 수치일 뿐만 아니라 1월 기록으로는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국내 건설업계의 1월 해외 수주 규모는 2012년 15억1,000만달러에서 점차 증가해 2015년 59억4,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 추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전체 해외 수주의 60~70%를 의존하는 중동 지역의 경우 올 들어 1억달러 이상 수주한 프로젝트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대우건설이 2일 카타르에서 따낸 ‘E-Ring Road 남북연결 구간 공사’(6억1,947만달러)를 제외하고는 전패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과거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과도한 수주 경쟁을 벌이며 저가 입찰에 나섰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던 악몽의 영향이 크다. 건설사별로 수주심의위원회 등에서 수익성 및 사업성 등을 따지며 내부 심사를 강화하면서 저가 경쟁을 피하게 되고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업체들에 수주를 뺏기게 된 것이다.
실제로 쿠웨이트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KOC의 원유집하시설 프로젝트의 경우 영국 페트로팩이 13억2,000만달러를 써내 로이스트로 선정된 가운데 SK건설(13억6,000만달러)이 2위, 삼성엔지니어링-대우건설 컨소시엄은 16억1,000만달러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설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저가 입찰에 나서면서 최저가 낙찰을 못 받더라도 최저가 근처에 몰렸는데 올해는 그런 패턴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은 유럽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며 수주전에서 밀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중동시장에서의 발주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말로 갈수록 국내 업체들의 해외 수주도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해외 수주전의 경우 수주 의지를 갖고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그럴 만한 여력이 없었다”면서 “지난해 정유회사들이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정유 플랜트 등 관련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돼 주력시장인 중동 쪽에서 대규모 수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