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경기 흐름과 금융 환경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해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리 동결은 확대되고 있는 미국 신정부의 정책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커지는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민간소비 위축 등 부진한 내수회복세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는 시각이 반영됐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 미 연준의 통화정책 추이,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4월 위기설’을 일축했다. 4월 위기설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오는 4월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대우조선해양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지 못해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제기되는 이슈는 이미 알려진 리스크(위험)로 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4월 위기설은 과장됐고 실제 위기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우리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지난해 2월 발효된 미국 교역촉진법에 있는 근거를 봐도 한국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어 “환율은 기초경제 여건을 반영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게 한은의 일관된 포지션(입장)”이라며 “다만 쏠림 현상으로 변동성이 단기간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만 시장안정 차원에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한다. 다른 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1,34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며 질적 개선이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취약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을 굉장히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