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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고등래퍼', 일반인 예능의 위험성…이제는 공정성까지 도마 위

프로그램에 일반인을 등장시키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방송 제작자들 사이에 좋은 소재로 활용돼 왔다. 각종 구설이나 신상 털기 등과 같은 위험성은 다소 뒤따르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언제나 신선한 재미를 갈구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Mnet ‘고등래퍼’의 연이은 논란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일반인 예능의 위험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고등래퍼’는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지원 자격을 나이에만 둔 탓에 방송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사진=Mnet/사진=Mnet


결국 우려는 방송 첫 회 만에 현실이 됐다. 출중한 랩 실력으로 스윙스의 극찬을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참가자 장용준이 방송 직후 누리꾼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장용준이 과거 SNS를 통해 조건만남을 시도한 것은 물론 미성년자임에도 음주와 흡연을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장용준의 아버지인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은 자필 사과문과 함께 당 대변인과 부산시 당위원장 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장용준 역시 자필 편지로 “학창시절 중 철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던 친구들과 부모님께 먼저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트위터를 통해 저급한 말을 내뱉은 것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어떠한 만남을 가져본 적은 결단코 없다”고 밝히며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 했다.

Mnet ‘고등래퍼’ 방송화면Mnet ‘고등래퍼’ 방송화면


장용준의 하차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참가자 양홍원의 사생활이 문제가 됐다. 지난 21일 온라인상에 ‘송파구에서 알아주는 양아치였다’며 양홍원의 과거를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네티즌도 ‘지나가는 내 친구 동생 자전거 뺏고, 안 주니까 남의 집 귀한 자식 뺨 걷어 올렸다’는 글을 써 파장이 더욱 커졌다.


지난 10일 열린 ‘고등래퍼’ 제작발표회 당시 고익조 CP가 “그들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조사하지는 않았다”며 “과거에 실수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반성하고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인성적인 면에서 문제된 친구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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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고등래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출연진/사진=지수진 기자Mnet ‘고등래퍼’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출연진/사진=지수진 기자


2009년부터 시작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랢 ‘슈퍼스타K’를 비롯해서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을 런칭한 Mnet은 높은 화제성만큼이나 그 이면에 참가자들의 각종 사생활이나 발언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결국 최근 논란에 대한 8할의 책임은 ‘고등래퍼’의 제작진에게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처럼 일반인 출연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음에도, 제작진은 안일했고 대처 역시 느렸다.

또한, 논란을 야기 시킨 두 참가자의 거취에 대한 결정 역시 제작진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고등래퍼’ 제작진은 “참가자 양홍원은 현재 과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다”고 전하며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양홍원이 스스로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히며 양홍원의 하차는 없을 것임을 전했다.

같은 논란, 다른 결정. 두 참가자의 거취에 대해 동일한 처분을 내리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시청자들에게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충분히 납득을 시켰어야 한다. 하지만, 제작진이 내놓은 양홍원 잔류라는 결정에는 어디에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명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채 사회에 발도 디뎌보지 않은 학생에게 조금 더 넓은 아량을 베풀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숨어있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에 앞서 제기된 동일 사안에 대해서 일사천리로 하차를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임은 분명하다. 만에 하나 출연자에 대한 논란을 막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의 의무이자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적어도 공정함만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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