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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뷰] ‘힘쎈여자 도봉순’ 러블리 박보영의 B급 감성에 다 같이 ‘웃게 하소서’

JTBC 금토드라마의 승부수가 드디어 통한 것일까? tvN 금토드라마와 시간대가 겹치던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서 밤 11시로 시간대를 변경한 이후 첫 작품인 ‘힘쎈여자 도봉순’이 첫 방송부터 JTBC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며 날아올랐다.

24일 첫 방송된 박보영 주연의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첫 회는 전국 3.829%, 수도권 4.044%(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힘껏 날아올랐다. 역대 JTBC 금토드라마 중 시청률 3%를 한 번이라도 넘어본 드라마는 2014년 ‘하녀들’, 2016년 ‘욱씨남정기’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뿐이며, 4%를 넘어본 드라마는 ‘하녀들’이 유일하다.


‘힘쎈여자 도봉순’이 첫 방송부터 이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을 직격한 것은 그럴싸한 폼 따위는 집어치우고 대놓고 B급 감성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승부수가 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 / 사진 =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방송화면 캡처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 / 사진 =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방송화면 캡처




‘힘쎈여자 도봉순’은 러블리와 큐트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 박보영을 캐스팅한 후 그녀에게 ‘괴력’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입힌다. 단순히 그냥 일반인보다 조금 힘이 좋은 정도가 아니다. 재개발 지역을 무단 점거한 용역깡패들과의 싸움부터 박보영은 따귀 한 방에 김원해의 이빨 서너대를 가볍게 날려버리고, 그냥 두 팔로 힘껏 밀은 것만으로도 깡패를 수십미터나 날라가게 만든다.

심지어 박보영이 허공으로 던진 깡패는 대기권을 돌파할 듯이 치솟아 올라갔다가 물탱크에 비참하게 처박히고, 재수없게도 박보영에게 손가락을 잡힌 건달은 손가락이 반대로 꺾여서 골절됐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며 정형외과의들을 열광시키는 새로운 골절표본을 제공하게 됐다.


일부러 CG티를 팍팍 내는 이 황당한 액션신을 배경에 깔아내면서도 ‘힘쎈여자 도봉순’은 의외로 이야기 진행에서는 정석적인 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괴력을 들키기 싫어 머리를 쓰는 게임 기획일을 하려는 도봉순(박보영 분)과 도봉순의 괴력에 반해 경호원으로 그녀를 스카웃하려는 재벌 2세이자 아인소프트 CEO 안민혁(박형식 분), 그리고 도봉순이 짝사랑하는 상대이자 소꿉친구인 형사 안국두(지수 분)의 관계는 아주 모범적이고 정석적인 삼각관계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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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갑자기 도봉순이 살고 있는 도봉구 일대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와 도봉구 지역 재개발을 위해 주민들을 협박해 내쫓으려는 용역깡패 집단 등 자꾸만 ‘도봉순’의 괴력을 필요로 하는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힘쎈여자 도봉순’은 ‘원더우먼’ 같은 한국판 슈퍼히어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 / 사진 =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방송화면 캡처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 / 사진 =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방송화면 캡처


정석적인 스토리 전개와 노골적인 B급 감성의 액션, 여기에 마지막 화룡점정은 ‘약을 빨았다’라고 해도 무방한 제작진의 미친 코미디 감성이다. 박형식이 박보영을 경호원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한 후, 수행비서인 공비서(전석호 분)와 닭싸움을 하게 하는 장면은 ‘힘쎈여자 도봉순’이 보여주는 웃음의 절정이었다.

전석호는 박보영과 닭싸움을 해보라는 말에 “어떻게 여자랑…”이라며 피식 비웃다가, 다칠 수 있으니 헬멧을 쓰고 하라는 박보영의 말과 이기면 자동차를 준다는 박형식의 말에 목숨을 걸고 덤빈다. 하지만 전석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이 툭 한 번 치자 전석호는 그대로 수평으로 날라가고, 그 순간 제작진은 화면에 슬로우모션을 건 후 영화 ‘파리넬리’에도 삽입된 헨델의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삽입해 배꼽을 흔든다.

’힘쎈여자 도봉순‘이 앞으로도 이런 B급 감성과 웃음을 얼마나 조화롭게 끌어나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동안 JTBC 금토드라마가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미약한 사례가 애석하지만 매우 많았고, 이번에도 시작은 B급 감성이지만 이야기에서는 ’시그널‘ 등 메이저 장르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강력사건 이야기가 끼어들 낌새가 보이는 것이 오히려 ’힘쎈여자 도봉순‘의 장점을 날려버리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도봉순을 연기하는 박보영의 미친 러블리함을 마음껏 즐길 시간이다. 박보영의 러블리하고 큐트한 매력은 ’늑대소년‘과 같은 감성멜로는 물론, ’힘쎈여자 도봉순‘처럼 극과 극의 감정을 태연하게 오가는 B급 정서 속에서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난다. 아니 경찰서에서 태연하게 유치원생들에게 은근 교태스러운 모습으로 윙크를 날려주는 그 모습에서 어쩌면 박보영은 B급 감성의 신에게 선택받은 배우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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