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우리 가족은 2월만 되면 약속했다는 듯 호텔 라운드를 시작한다. 아이들에게는 일명 ‘딸기 파티’로 통한다. 평소 파티 복장을 입을 일이 없는 아이들은 딸기 파티 시즌이 되면 가장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딸기 향연을 맞이하는 게 어느 때부턴가 우리 가족의 봄맞이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껏 다녀본 곳 가운데 종류가 가장 많고 볼거리도 제일 다채로운 곳은 단연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가 꼽힌다. 인터콘티넨탈 호텔과 함께 가장 역사가 깊은 만큼 한 세대 동안 쌓인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딸기로 만들 수 있는 디저트를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 올해 베리베리 스트로베리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낮 12시 점심 시간 대를 선택해 갔는데 디저트를 점심으로 해도 괜찮을까 우려한다면 걱정을 접어도 좋다. 점심 식사를 대신할 만한 식사 메뉴들이 잘 마련돼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이 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은 일단 시각적인 화려함에 놀란다. 로비라운지 ‘더파빌리온’에 들어가면 워커힐 딸기 뷔페의 아이콘인 2,000개의 생딸기를 층층이 쌓아 만든 24단 높이의 베리타워가 위용을 과시한다. 인증샷을 찍어두기 제격인 곳이다. 붉은 색이 이렇게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을까. 먹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 사진 찍는데 더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딸기 초밥, 딸기 치킨 강정, 딸기 쌀국수는 워커힐이 올해 새로 개발해 다른 어떤 호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다. 10주년을 기념해 워커힐이 일본 ‘케이오 플라자 호텔 도쿄’의 파티쉐를 초청해 일본 특유의 감성을 담은 디저트다. 역시 다른 메뉴보다 훨씬 손이 갔다. 메뉴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전혀 해치지 않은 맛에 새콤달콤 딸기의 매력만 양념으로 가미해 세상에 없는 맛을 연출했다.
평소 떡볶이에 열광하는 내게 딸기 떡볶이는 가장 반가운 메뉴. 떡볶이에 달콤한 딸기 가루를 뿌렸는데 딸기만의 독특한 향과 맛이 떡볶이를 더욱 감칠맛 나고 너무 맵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수 차례나 떡볶이를 갖다 먹었다. 요즘에는 놀이동산에 가도 솜사탕을 쉽게 찾아 보기 힘든데 딸기 솜사탕 코너는 어른이고 아이 할 것 없이 붐 볐다.
딸기 피자 바게트, 딸기 바닐라 크림 케이크, 딸기 화이트 롤케이크, 두툼한 워커힐 수제 패티로 만든 미니 딸기 버거, 마요네즈 소스에 레몬과 딸기가 첨가된 왕새우 딸기 마요 역시 매년 나오지만 워커힐 만의 독창적인 메뉴로 꼽힌다. 이밖에 전세계 통털어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온갖 딸기 디저트는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추가로 감동적인 것은 웰컴 드링크로 나오는 ‘딸기 모히또’와 ‘더치 아이스 라떼 아트’다. 다른 호텔은 그냥 티백을 우려낸 티나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데 워커힐은 음료 하나까지도 딸기를 가미시키는 데 신경썼다. 더치 아이스 라떼 아트를 받아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니 휘핑 크림 위에 ‘2017 Very berry Strawberry’라고 쓰인 모습이 그야말로 ‘아트’ 같아 가족들이 ‘우와~’라며 탄성을 질렀다. 너무 예뻐서 먹는 것도 아까운 아름다운 딸기 디저트들은 품질이 좋고 당도가 뛰어난 ‘논산 딸기’를 사용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인기가 많아 테이블을 많이 놓아 좀 북적댄다는 것. ‘딸기 뷔페’가 이 정도로 워커힐을 대표하는 행사가 되면 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거나 인원을 더 줄여 그래도 내가 호텔에서 럭셔리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면 좋겠다.가격은 성인 6만3,000원, 어린이 4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