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연 정책과 맞물려 화이자의 금연 치료제 ‘챔픽스’의 국내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특허에 가로막힌 탓에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 진입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챔픽스가 4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챔픽스 매출은 2014년 50억원에서 2015년 24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연매출 500억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타르타르산염)는 뇌의 수용체에 니코틴 대신 결합하는 방식으로 금단 증상을 해결해주는 금연 치료제다. 정부가 2015년부터 12주짜리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키로하면서 챔픽스를 선택하는 흡연자들이 늘어난 것이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현재 챔픽스의 시장점유율은 80%로 단일 의약품이 국내에서 연매출 500억원을 달성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금연 치료제가 제약업계의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속속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화이자가 챔픽스의 물질 특허와 염 특허를 각각 2020년과 2023년까지 확보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복제약 출시를 위한 연구와 개발을 끝마치더라도 특허가 만료되지 않으면 제품을 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소송을 통해 조기에 화이자의 특허를 만료시키는 전략에 사활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앞서 국내 제약사 11곳이 화이자 챔픽스의 염 특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금연 치료제 진입을 위한 청사진이 켜졌다. 이번에 특허 회피에 성공한 제약사는 일동제약(249420), 대웅제약(069620), 보령제약(003850), 국제약품(002720), 경동제약(011040), 씨티씨바이오(060590), 정우신약, 한국휴텍스제약, 한국콜마(161890) 등으로 챔픽스의 주성분인 타르타르신염 대신 다른 염을 통해 동등하게 금연 치료제의 효능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승소로 국내 제약사들은 챔픽스의 염 특허는 회피하는 데 성공하면서 3년 일찍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챔픽스의 물질 특허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빨라야 2020년에야 신제품 또는 복제약을 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챔픽스의 물질 특허를 놓고도 국내 제약사들이 소송전에 나설 기미여서 향후 국내 제약업계 물질 특허를 둘러싼 논란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