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사랑

박소유 作

0115A23 시




마흔에 혼자된 친구는 목동에 산다


전화할 때마다 교회 간다고 해서

연애나 하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목소리에 묻어나는 생기를 느끼며

아, 사랑하고 있구나 짐작만 했다


전어를 떼로 먹어도 우리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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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아무리 떨어져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데

그 먼 곳에 있는 너를 어떻게 알고 찾아갔으니

사랑은 참, 눈도 밝다

시인 예이츠는 ‘와인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온다. 그것만이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의 전부다’라고 말했다. 최초의 생명체가 이기적인 유전자만 만들고, 사랑을 발명하지 않았다면 엄혹한 생명의 계주는 시나브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사랑은 얼마나 눈이 밝은지 아무리 외진 곳의 한 송이 꽃도 찾아내고야 만다. 민들레나 꽃다지 같은 로제트 식물은 한겨울에도 납작 엎드려 잎을 펴고 봄을 기다린다. 사랑은 참, 눈도 밝아 기어이 낮은 포복으로 다가가 꽃을 피워낸다. 가녀린 두해살이풀의 겨울사랑도 저렇거늘 어깨와 어깨를 결어 백만 포기 천만 포기 아스팔트 로제트들이 앉았던 꿈의 주소마다 어찌 장엄한 봄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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