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주장한 ‘분노’에 ‘분노’로 대응하다가 패하지 않았습니까.”
이진복 민주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진보주의자는 희망을 제시할 때 최대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분노로 뜨니까 힐러리도 흔들렸죠. 본선에서 트럼프가 분노한 백인 저소득층을 자극해 표를 결집했지만 힐러리는 ‘변화와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분노로 맞섰고 기득권 이미지도 벗어나지 못했죠.” 그는 이어 “보수는 현상 유지가 박탈됐을 때 분노심리를 더 많이 느낀다”며 “진보는 희망을 노래하고 실제 그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심화로 좌절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좌든 우든 포퓰리즘에 휩쓸리는데 난민 반대와 소수자 차별, 타 인종 혐오,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보수로 지지가 모아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극우정당의 장마리 르펜 후보가 대선 지지도 1위를 하고 영국에서도 극우인 영국독립당이 노동당의 노동자 표를 잠식하는 현상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진보가 ‘내일은 오늘보다 낫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보호하며 양극화를 치유하고 서민과 중산층은 각각 중산층과 부자로 올리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은 중견기업과 대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유능한 경제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에 대해서도 “유럽에서는 영국 보수당이 ‘온건한 보수’를 표방하고 독일은 전임 사민당 정권의 ‘신(新)중도’에 이어 기민당 정부가 ‘신신중도’를 표방하며 노동자 요구를 흡수하고 있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