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결정만 앞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아직도 헌법재판관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외부변수가 남아 있어 법조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헌법적 중대 위반이라는 탄핵심판 판단의 큰 줄기를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소수의견 공개 등 변수가 일부 재판관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첨예한 여론 대립에 소수의견 공개 부담=탄핵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소수의견을 가진 재판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소수의견 공개 의무화로 다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낸 재판관의 이름과 의견이 결정문에서 드러나게 된다.
어느 쪽이 됐든 소수의견 재판관은 여론의 뭇매를 맞거나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관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러한 부담이 탄핵심판 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게다가 소수의견이 심판 불복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소수의견이 재판관 8명 가운데 3명 이상이 나와 다수의견의 뜻을 거슬러 심판 결정을 뒤집을 경우 여론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관들이 따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전원일치 의견을 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각하’ 압박 거세지만 가능성 낮아=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인용’과 ‘기각’이 아닌 ‘각하’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헌재가 제3의 길인 각하를 결정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헌재가 인용과 기각 중 어느 한쪽을 결정하게 되면 갈등의 불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앞서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탄핵심판 기각과 인용은 정당성 여부와 별개로 둘 다 국민 분열을 초래하기 때문에 각하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변론 요지를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 측과 일부 정치권에서 제시한 ‘각하’라는 해법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각하 결정이 나오려면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와 탄핵심판 과정이 헌법에 위배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재판관들이 이를 인정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헌재 재판관 8명 중 5명 이상이 각하를 선택할 가능성도 희박해 각하 주장은 결국 정치적 주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부 판단 앞선 헌재 판단도 부담=‘국정농단’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헌재 판단이 먼저 나온다는 점도 변수다. 사법부 판단에 앞서 헌재 결정이 나오는 터라 현재 진행 중인 사법부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법부에서 진실이 규명되기 전에 헌재에서 이를 진실로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등 국정농단 관련 증거가 명백해도 아직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 전이라 재판관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보고 이와 관련한 판단을 유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5가지 탄핵 사유 중 하나만 위반해도 탄핵이 되기 때문에 추후 논란이 될 쟁점에 대한 판단은 피할 수 있어서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모르지만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