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도산 공포에 떠는 면세점

'사드 불똥' 면세시장

"면세점 간신히 적자 면했는데

싼커마저 안오면 문 닫을수도"

0415A01 서울 면세점 현황


“간신히 흑자를 달성했는데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나마 지탱해준 싼커(개별관광객)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장기화되면 자칫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3일 기자와 만난 신규 면세점 A사 관계자는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가 확산되면 그 여파가 신규 면세점에 이어 기존 면세점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규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적자규모만도 신세계면세점 175억원, 갤러리아면세점63 174억원, 두타면세점 160억원, SM면세점 140억원 등이다. 지난 2015년 6곳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올해 13곳으로 늘어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데 유커(중국인관광객)가 줄면서 후발주자들의 경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실제 동화면세점은 경영권을 넘기려 하고 있고 갤러리아면세점63은 연봉 반납과 함께 명예퇴직도 받고 있다. 두타면세점 역시 개점 1년도 안 돼 대표이사가 바뀌는 등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월과 2월 월 단위 흑자를 기록하며 기지개를 켜는 상황에서 이번 중국의 조치는 생사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연간 손실규모가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고위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이 먼저 어려움에 처하고 뒤를 이어 기존 면세점도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3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싼커(개별관광객)’마저 크게 줄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송은석기자3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싼커(개별관광객)’마저 크게 줄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송은석기자


문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기자는 3일 면세점 현장에서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중국 단체관광객 가이드는 “중국에서는 벌써 한국행 비자 발급이 중단되기 시작했다”며 “지금 쇼핑하는 사람들은 한두 달 전에 예약한 사람들이고 앞으로 한 달만 있으면 한국 면세점에서 단체관광객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의 비자 발급이 거부된 사례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롯데면세점은 이날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다. 일부 매장은 한산했지만 인기매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매장별로 차이가 있으나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가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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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랐다. 롯데면세점에서 만난 다른 중국인 가이드는 “오전에 신세계면세점을 들렀다 왔는데 벌써 단체관광객이 좀 줄어든 것 같았다”며 “중국에서는 3일 전부터 한국 단체여행을 막는다는 얘기가 싹 돌았다. 앞으로 일감 얻기가 어려워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금지로 국내 면세점 업계는 세계 1위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는 우울한 관측도 나온다.

한국 면세점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유커 덕분에 급성장했다. 2009년 영국을 제친 뒤 줄곧 세계 1위다. 지난해 국내 49개 면세점의 전체 매출액은 1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국내 면세 업계가 받는 타격이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하면 국내 면세점 총매출이 8조원으로 뚝 떨어진다. 2014년 매출 수준이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한국 단체관광 금지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면세점은 폐업 수준의 타격을 입게 된다”며 “면세 업계가 고객 국적 다변화에 힘쓰고는 있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중국인 고객이 급감할 경우 버티지 못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이번 조치로 중국 관광객이 50%가량 줄면 국내 면세점 손실 규모도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지켜온 ‘한국 면세점 세계 1위’ 타이틀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박윤선·박준호기자 sepys@sedaily.com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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