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에 한국 여행 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것을 지시하는 등 사드 보복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유통·엔터·여행·화장품 등 중국 관련 소비주가 대거 곤두박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정부의 사드 관련 추가 규제에 따라 중국 관련주들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단 보유 비중을 줄이거나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매수 타이밍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코스피지수는 3일 전날보다 1.14%(23.90포인트) 하락하며 2,078.75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하루 만에 2,100선을 내주고 2,080선 밑으로 후퇴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56%(11.73포인트) 내린 2,090.92로 장을 시작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가 커지며 하락 폭을 키웠다. 코스닥지수도 중국의 ‘금한령’ 여파에 코스닥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화장품·엔터테인먼트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다. 장 중 한때 6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소폭 회복해 전날보다 1.35%(8.20포인트) 내린 600.73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이 장중 600선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2월12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날 증시 하락을 이끈 것은 중국 관련 소비주였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전날보다 12.67%(3만6,500원) 떨어진 25만1,500원에 장을 마쳤고 한국화장품(123690)(-18.92%), LG생활건강(-8.22%), 한국화장품제조(003350)(-8.81%), 코리아나(027050)(-8.17%), 한국콜마홀딩스(-8.11%) 등 대부분 화장품 업종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호텔신라(-13.1%), 신세계(-4.92%),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4.93%) 등 면세점 관련주도 급락했다. 여행 업종 대표 주인 하나투어(039130)(-5.29%), 롯데관광개발(-2.67%) 등도 사드 보복의 희생양이 됐다. 이들 업종이 약세를 보인 것은 전날 중국 정부가 내린 자국민의 한국관광 전면 통제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최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그룹주는 전날보다 낙폭이 줄었으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0.93%), 롯데칠성(-0.14%), 롯데케미칼(-1.88%), 롯데푸드(-2.14%)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커지는 금한령 여파에 에스엠(041510)(-5.29%),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3.42%), JYP엔터테인먼트(-1.60%)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약세를 보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행·엔터·면세점 등 중국 관련주들은 당분간 박스권 안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드 관련 이슈가 해소돼야 반등도 가능한데 현 정치 상황을 놓고 보면 추가적인 규제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내 반한 여론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과거 일본과의 댜오위다오 분쟁 때 중국에서 일본산 제품에 벌였던 불매운동이 한국산 제품에도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중국 관련 소비주는 사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해소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보유 비중을 줄이거나 손을 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민우·이경운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