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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미씽나인’으로 돌아 본 천차만별 인간군상, ‘유종의 미’ 위해 되짚어 볼 숙제는?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크리에이터 한정훈, 극본 손황원, 연출 최병길)의 이야기가 파생되는 지점이다. 지난 1월부터 달려온 ‘미씽나인’이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비록 개연성 부족이 지적되면서 3%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드라마는 한국사회의 이면을 대표하는 의미심장한 캐릭터들을 남기고 있다.


‘미씽나인’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라진 9명의 행방과 그 속에서 숨은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먹을 것도, 잠잘 곳도, 모두 자급자족 해야 하는 무인도에서 등장인물들은 그야말로 ‘극한 생존기’를 펼친다.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과 관계자들의 표류기에 초점을 맞추며 간접 표현된 연예계의 뒷이야기가 새로운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작품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자와 은폐하려는 자들의 양립 구도를 드러내 다양한 인간군상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이곳에서는 돈, 인기, 명예 따윈 아무 쓸모없다. 생존 능력에 따라 어제의 갑이 오늘의 을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도 변할 수 있다.

/사진=MBC/사진=MBC





이 속에서 인물들은 크게 ‘이타적 인간’과 ‘이기적 인간’으로 나뉜다. 공생에 협조적인가, 나 하나만 잘 산다면 나머지는 모두 죽음으로까지 내몰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갈라진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시점에 따라 ‘선인’과 ‘악인’ 개념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겠다. 쉽게 표현하자면 ‘내편’을 쫓는 데서 생길 수 있는 천차만별의 인간군상 표현이다. 여기서 가치관이 드러나는 대목에 따라 더욱 다양한 성향이 가지로 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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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부분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내세워지는 ‘이타적 인간’으로 라봉희(백진희 분)가 있다. 아무도 나서려하지 않고 몸을 사릴 때, 가장 먼저 나서 손수 식량을 구해오는 것은 물론 바다 속에서 캐리어를 찾아오는 용기를 보인다. 서준오(정경호 분)는 평소 뺀질대고 짜증내며 불평을 쏟아내다가도 정작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 동료들을 챙기는 반전 면모를 드러낸다. 대척되는 이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는 사람들에게는 동료의식을 심어주며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라봉희, 서준오와 같은 편에 서는 인물은 정기준(오정세 분), 이열(박찬열 분), 하지아(이선빈 분)다. 이들은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내세우며 의리와 정의를 실천한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집단주의가 반대파 최태호(최태준 분)의 죽음까지 주장하기에 이르러 한편으로는 섬뜩함을 준다.

착한 이를 돋보이게 하면서 극의 위기를 조성하는 ‘이기적 인간’으로는 최태호가 있다. 그는 약자를 냉정히 낙오시키며 자신만 살기위해 무자비한 본성을 표출한다. 그러다가도 본인이 난처한 상황에 닥치면 ‘약자 코스프레’를 감행, 추악한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여준다. 최태호가 끝까지 악의 중심 축을 맡고 있다면, 부정적 성향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인물로 윤소희(류원 분)가 있다. 윤소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살까지 다짐했지만, 라봉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황재국(김상호 분) 역시 초반에는 적당히 지저분하고 자기 안위를 최고 가치로 여기며 최태호와 은밀한 탈출 계획을 꿈꾸지만 양심을 따라 동료들 곁에 머무르려 한다. 하지만 한 번 잘못 얽힌 악연으로 최태호에게 발목이 잡혀 협박을 받으면서는 피폐해지고 만다.

이렇듯 캐릭터가 뚜렷한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기 마련인 다양한 인간군상의 심리를 현실적이고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 사랑, 욕망, 배신, 질투, 화해 등의 감정이 곧 우리의 삶을 조망하는 것일 터. 무엇보다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는 일련의 위기 사건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한가지 더, 정의로운 개인은 불의한 거대 권력을 이길 수 있을지 궁금증이 쏠린다. 16부작 ‘미씽나인’은 앞으로 남은 2회를 의미 있게 마무리 할 숙제로 이러한 연출 의도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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