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박 대통령은 즉각 파면돼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결정 당일 청와대 관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현재 검찰에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며 파면과 동시에 불소추 특권을 잃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시점은 대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파면 후 60일 이내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때문이다.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미가 큰 사건을 수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다음 정권 출범 이후로 미뤄지게 된다. 경우는 다르지만 검찰은 지난 1997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선거 이후로 유보한다고 발표한 전례가 있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박 대통령의 운명은 차기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형사적 위기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보이지 않게 자신의 옹호세력을 결집해 물밑에서 한국당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정치권은 내다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파면 이후 직접적인 선거운동은 할 수 없겠지만 각종 보수단체, 박사모 등과의 네트워크가 있어 보이지 않게 한국당 후보를 지지할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복수의 야권 후보가 참여하는 구도로 대선이 진행될 경우 박 대통령의 물밑지원을 받는 한국당 후보는 보수층 표를 독식할 수 있다. 탄핵정국임에도 여권 후보에게 불리한 구도만은 아니라는 게 박 대통령 옹호세력의 계산법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명예회복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한국당 후보 당선을 절실히 바라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