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시각] 사드 추가배치론의 명암

민병권 정치부 차장





북한이 6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추가로 발사하면서 안보 불안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최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론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은 커지므로 우리 정부가 긴급히 자체 예산으로 2~3개 포대 분량의 사드를 사 국군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드는 짜장면 시키듯 주문 즉시 뚝딱 배달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장비인 레이더(TPY-2 모델 기준) 1대를 제작하는 데만 무려 30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인단체 ‘참여과학자연맹(UCS)’이 지난해 7월 발간한 ‘전략미사일 방어에 대한 미국의 재앙적 접근’ 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다. 레이더 외의 장비들까지 더한 사드시스템 제작 기간은 1개 포대당 최소 3~4년은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더해 사드 구입시 거쳐야 할 미국 의회의 ‘해외군사판매(FMS)’ 승인 등 행정 절차까지 감안하면 지금 바로 구매를 신청해도 일러야 오는 2021~2022년에나 실물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개발돼 2023년부터 배치될 예정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비교할 때 기간적 실익은 크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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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 측은 KAMD 구축에 17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이는 잘못된 논리다. ‘17조원 이상의 비용’은 적의 미사일을 막는 KAMD뿐 아니라 적에게 역공을 가하는 ‘킬체인’ 구축 비용까지 합산한 비용이다. 킬체인을 뺀 KAMD만 따져보면 많아야 약 7조원 정도다. 이 7조원 가량중 상당액은 국내에서 설비 투자, 기술 개발, 고용 등으로 선순환된다. 반면 사드 구매 비용은 3개 포대에 약 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돈의 대부분이 록히드마틴 같은 해외 기업에 돌아간다. 국부 유출이다.

사드는 KAMD보다 요격성능은 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성능이 좋아도 정비와 수리가 제때 안 돼 가동률이 낮다면 방공망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 도입된 이스라엘제 그린파인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무려 21차례 고장이 나 총 472시간 동안 먹통이었다. 다른 고가의 수입무기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산 F-16 전투기만 해도 국내 가동률이 70% 정도에 그친다. 3대당 약 1대씩은 날지 못했다는 뜻이다. 수리 기간도 1~2년 이상씩 걸리기 다반사였다. 이런 전례들을 볼 때 사드에 대해서도 정비·수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반면 KAMD용 요격미사일발사체계는 상당 부분이 국산이어서 국내 제조사가 신속히 수리·정비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미사일 방어 무기를 수입하겠다면 사드가 아닌 ‘스탠더드 미사일(SM)-3’가 적합하다. SM-3는 우리가 총 6척이나 건조하는 이지스함에 일부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면 장착할 수 있다. 사드와 달리 육지에서 부지를 매입할 때 들어가는 비용 지출과 지역주민의 반발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지스함용 레이더는 사각이 없어 후방으로 침투한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탐지·추적하는 데도 사드보다 유리하다.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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