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사진) 농협중앙회 회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들 앞에 섰다. 취임 1년 만인데,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1961년 농협 설립 이후 회장이 사업계획을 직접 브리핑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농업을 제대로 한번 키워보겠다는 의지,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진두지휘해 이루겠다는 자신감의 발로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브리핑에서 “올해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는 한편 완전한 경제지주체제를 출범시키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뒤 7가지 중점 추진과제를 소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오는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다. 2015년 기준, 농가소득은 3,700여 만원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조직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했다. 현장경영을 많이 했던 경험을 살려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냈다. 새로운 재배기술 및 소득작물 보급, 종자·가축 개량 등을 통해 정체된 농업소득 향상, 거래교섭력 및 판매가격 제고,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 농자재 가격안정 및 구매비용 인하, 농가 금융비용 완화, 6차산업 인증농협 육성 등은 정공법이다. 하나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계획대로 이뤄지면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수적으로는 태양광발전 등 신규 소득원과 농촌관광 활성화 같은 농외 소득원도 발굴할 계획이다.
가격하락·공급과잉의 문제를 안고 있는 쌀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수확기 벼의 농협 매입 비중을 2020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47% 수준(2015년 41%)까지 끌어올려 수확기 쌀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농협-오리온 합작법인을 통해 쌀 가공제품을 개발·판매하고 농협식품회사를 설립해 쌀 가공식품 생산도 늘릴 예정이다.
전사적 방역 시스템 구축 등 가축 질병 방역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농협 자체 방역 행동지침(SOP) 제정, 농협 소독장비와 시설 개선, 백신 공급·관리 강화를 위한 전산 개발, 농가 대상 교육 및 컨설팅 강화 등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농축협 수의사와 컨설턴트 등 범농협 방역 전문 인력풀 1,000명을 육성하는 한편 비상방역 인력 5,000여명 등 현장 인력풀을 사전에 구축해 가축 질병 대응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농민들을 위한 의료법인도 만든다. 김 회장은 “농부병이라고 불리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농민이 많고 건강검진을 늦게 받아 암 같은 질병을 뒤늦게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현재 의료법인을 만들기 위한 내용으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세종=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