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을 방문한 한 예비역 3성 장군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미국 내 평가에 대해 놀란 적이 있다. 우리 국방부가 누누이 강조한 대로 ‘사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무기체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연수하면서 수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본 결과 정파와 성향에 관계없이 한결같이 ‘사드는 MD의 일부’라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미 군 당국에 의한 사드 성주 배치가 무수한 논란을 뚫고 완료되더라도 새로운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직접 MD와 한국을 연결하는 발언을 남겼다. 지난달 2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을 가속하는 것이 이용 가능한 많은 옵션 중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이 바로 MD.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MD를 직접 연관해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까지 언급할 정도라면 실무자 선에서는 이미 구상 단계가 아니라 진척 단계로 보는 게 타당하다. 사드는 그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MD 체제 편입은 지역 안보의 극한 대립에서 한 편에 서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국-미국-일본을 잇는 삼각 안보동맹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호주권과 연결되는 글로벌 체제의 일원으로 편입된다는 얘기다. 자주국방 노력도 지금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사드에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한미일 안보동맹에 포위되는 결과를 우려한 측면이 크다.
MD 체제에 편입될 경우 미국의 일방독주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높다. 나토 가입 국가들도 비슷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오랜 갈등을 겪었다. 이번에 사드를 전격 반입하는 사례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드 체제는 필요할 경우 2일 안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온 미군이 한밤에 사드를 전격적으로 들여오는 행태 자체가 MD의 예고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의 사드 논란을 불식하고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가 한국의 MD 체제 편입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국내 일각에서 아예 사드를 미국에서 직접 구매해 한국군이 운용하자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1개 포대당 최소한 1조5,000억원 이상이라는 예산 부담이 있지만 강대국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바른정당 대선 예비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사드가 한반도 방어에 필요하다면 3개 포대를 구매해 한국군이 직접 운용하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