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돈으로 사용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UNIST는 똥을 돈으로 사용하는 ‘똥본위화폐’를 제시한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의 시즌2가 시작된다고 9일 밝혔다.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에 예술과 인문학을 융합함으로써 인간소외, 소통부재,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예술 연구 프로젝트이다.
UNIST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핵심은 똥본위화폐이다. 연구팀은 2016년 5월 문을 연 야외 체험 실험실 ‘사월당(思越堂, 일명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에 인분을 분해해 이를 에너지로 만드는 ‘비비(BeeVi) 화장실(일명 윤동주 화장실)’을 설치했다. 비비 화장실은 물을 쓰지 않고 양변기 아래 설치된 건조기, 분쇄기를 통해 대변을 가루로 만들고, 이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난방 및 식당 조리기구의 연료로 활용 가능한 메탄가스로 변환시키는 친환경 화장실이다.
비비 화장실 사용자에게는 ‘꿀’이라는 사이버 화폐가 지급되는데, 한번 배설 시 ‘10꿀’이 지급된다. 10꿀의 현재 가치는 한화 500원 정도이며, 화폐 가치 상승을 통해 2020년엔 3,600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연구 책임자 조재원 교수(도시환경공학부)는 “인분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 이를 화폐나 에너지로 사용함으로써 인분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며 “세계최초로 제시된 똥본위화폐는 환경순환경제의 원동력은 물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에 배설하는 인분의 가치는 500원 정도이며, 전 국민이 똥본위화폐를 사용하면 약 9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시즌1 목표는 똥본위화폐의 개념을 확립하고, 시범 운영하는 것이었다. 시즌2에서는 똥본위화폐를 도시와 마을 등 공동체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나아가 취약층의 사회복지와 청년층의 기본소득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 시스템으로 적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사이언스 월든 연구팀은 ‘생활형 실험실(Living Lab)’을 올해 하반기까지 UNIST 캠퍼스 내 건설할 계획이다. 생활형 실험실은 주거가 가능한 연구실로 비비 화장실이 설치된 약 5평 크기의 주거 공간 3실과 인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비를 갖춘 바이오센터, 바이오 에너지 식당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자는 이 공간에서 인분이 난방, 온수, 식당 조리기구의 연료로 활용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연구한다. 또 비비 화장실 변기에는 소변의 pH, 당과 단백질 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 건강상태도 체크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생활형 실험실은 일반인들도 체험할 수 있다.
조재원 교수는 “바이오에너지 식당, 인분 에너지 마을버스, 인분 퇴비를 활용한 도시농업 등 똥본위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 공동체를 건설할 계획이다”며 “사이언스 월든만의 새로운 도시계획 디자인을 제시해 똥, 에너지, 삶이 순환하는 환경경제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는 미래부의 ‘융합연구선도연구센터’ 2단계 사업에 선정돼 연간 20억원 씩 최대 5년 간 100억원의 연구비를 확보했다.
한편, 야외 체험 실험실인 사월당은 인문학을 교육하는 공간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2016년까지 운영된 사월당에는 약 2,900여명의 시민들이 방문했다. 현재는 경주에 위치한 선덕여고와 비비 화장실 설치에 따른 똥본위화폐의 교내 적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