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제대로 된 정부 구성이 가능할 지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새 정부는 사전준비단계인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한 채 시작된다. 전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궐위된 경우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는 ‘당선인’ 신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으로 취임하도록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는 미리 대규모 인재들을 모은 선거캠프를 꾸려 일종의 예비내각(섀도 캐비닛)처럼 운용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설 캠프 차원의 조직이다 보니 꼼꼼한 인물검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나머지 후보는 제대로 된 캠프조차 꾸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캠프를 꾸렸어도 인재 부족으로 예비내각 구성 논의는커녕 선거 실무조차 빠듯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든 취임 직후부터나 실질적인 조각 준비 작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야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취임 후 청와대가 인수위 기능도 겸하면서 인물검증을 하는 동안 새 행정부는 최소 수십 일간 기존 박근혜 정부의 각료 및 고위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새 정부가 청와대 인선을 조기에 발표한다고 해도 난관은 남아 있다. 신임 총리·부총리·장관 등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 인선 때처럼 차기 정부가 문제 있는 인사들을 국무위원 등으로 낙점했다가 청문회에서 줄줄이 낙마한다면 국정운영의 시동을 걸기 전부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초대 내각은 정치 신인이나 재야의 학계 인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인사검증 과정을 거친 엘리트 관료 출신들로 꾸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부처들을 통폐합하거나 신설하기 위해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다당제하에서는 집권당 혼자 국회를 장악할 수 없어 다수의 야당을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52일이나 걸렸다. 그 이전인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각각 41일과 32일이 소요됐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개편과 과학기술부 부활을 비롯해 해양경찰청·소방방재청 독립, 교육부 기능 축소, 국가정보원 개편 등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차기 정부의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가 관련법 개정 등을 포함한 대타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인수위 없이 임기를 시작하는 건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며 “대통령직인수법을 개정해 임기 초 일정 기간 인수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복 청주대 교수는 “인수위법 개정이 힘들다면 새 정부 출범 직후 특례기구인 ‘대통령국정위원회설치령’을 제정해 인수위가 진행하는 업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새 정부 구성시 난관과 해법
△인수위도 없이 대선 직후 대통령 취임 → 대선 전 예비내각 구성, 대선 후 청와대가 인수위 역할 △박근혜 정부 인사들과의 임시동거 가능성 → 조각 완료 전까진 무리한 개혁보다는 안정 모드로 국정운영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불리한 여소야대 구조 → 야당과의 연정이나 적극적 협치 추진 △험로가 예상되는 주요 국무위원 등의 인사청문회 →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 재야 인사의 1기 내각 참여 최소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