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가 변하면서 대표 창업업종인 치킨과 커피전문점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커피 전문점은 1,500여개가량 증가한 반면 치킨 전문점은 200여개 이상 문을 닫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창업 분야인 치킨 전문점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커피와 치킨으로 대변되는 외식 창업 시장 양강구도도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16년 말 기준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은 1만8,406개에 달했다. 반면 치킨 전문점은 7,503개로 조사됐다. 커피가 치킨 전문점보다 2.4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 1,500개 늘어날 때 치킨 200개 줄었다=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은 2015년 말 기준 1만6,900개로 조사됐다. 커피 전문점은 2016년 말에는 1만8,406개로 8.9% 증가했다. 1년 새 1,500여개 매장이 새롭게 문을 연 셈이다. 반면 치킨 전문점은 이 기간 7,740개에서 7,503개로 200여개 이상 줄어 들었다. 커피 전문점과 치킨 전문점 간의 차이가 더욱 커진 셈이다.
경기 불황 등으로 매출은 모두 감소세지만 치킨 전문점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치킨 전문점의 점포당 평균 월 매출은 지난해 1,746만원으로 전년 대비 80만원 감소했다. 반면 커피 전문점의 지난해 매장 당 평균 월 매출은 1,490만원이었다. 2015년(1,528만원)보다 38만원 감소했다.
구별로 보면 서울 시내 커피전문점 20곳 중 1곳은 강남구에 집중돼 가장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수는 2,563개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는 매장 수가 가장 적은 도봉구(236개)의 10배에 달한다.
치킨의 경우 강남구를 제치고 송파구가 매장 수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송파구에 위치한 치킨 전문점 수는 491개로 매장이 가장 많았다. 강남구가 472개로 2위에 올랐고 학생·직장인 등 1인 가구 수가 많은 관악구가 391개로 3위를 기록했다. 치킨전문점이 적은 지역은 용산구(165개), 중구(174개), 도봉구(183개)였다.
◇소비 트렌트 변화가 격차 주요 원인=양대 창업 외식 업종 간 격차는 소비 트렌드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커피 전문점은 주로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곳곳에 점포 출점이 많은 반면 배달 서비스 발달과 전문 배달업체의 등장으로 주문과 배달이 더욱 쉬워진 치킨 점포 수는 출점 속도가 역행한 것이다. 또 가치 소비의 영향으로 커피나 디저트류 지출에는 과감하지만 치킨 등 야식 음식에 있어서는 씀씀이를 줄이는 소비 트렌드도 이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 시장에서 오랜 시간 1위 자리를 고수해온 치킨 전문점은 프랜차이즈업체와 개인 창업자의 무분별한 출점으로 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라며 “2010년대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커피 전문점도 레드오션으로 일컬어지지만 1인 커피 소비량이 매해 늘고 있는데다 여전히 출점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남았기 때문에 창업 시장에서 커피전문점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