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막내아들 생후 6개월부터 매일 우리 빵 먹고 자라...정직한 재료 쓰니 손님이 먼저 알아줬죠"

일산 명물 빵집 '파비올라스' 김구영·김선종 대표

유기농 밀가루·천연버터 사용

당일 생산·판매 반드시 지켜

남은 빵은 장애인시설에 기부

단순 빵집 아닌 문화공간 됐으면

경기도 일산동구 식사동의 유기농 빵집 파비올라스 공동 대표인 김구영(왼쪽), 김선종 부부가 천연버터로 만든 크로와상과 몽블랑을 소개하고 있다./백주연기자경기도 일산동구 식사동의 유기농 빵집 파비올라스 공동 대표인 김구영(왼쪽), 김선종 부부가 천연버터로 만든 크로와상과 몽블랑을 소개하고 있다./백주연기자




일산 식사동에 있는 유기농 빵집 ‘파비올라스(FABIOLAS)’네 막내 아들은 태어난지 6개월이 됐을 때부터 치아바타를 먹으며 자랐다. 치아바타는 밀가루에 이스트(빵효모)와 소금, 물 정도만 넣어 만든 납작하고 길쭉한 이탈리아 빵이다. 매장에 들른 손님들은 늘 빵을 달고 사는 아기를 보면서 신기해했고, 그 놀라움은 곧 빵집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14일 경기도 일산동구 식사동 파비올라스 본점에서 기자와 만난 김구영(41)·김선종(43) 파비올라스 대표는 “미국, 유럽의 아이들은 밀가루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먹고 산다”며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 버터 등 재료를 정직하게 쓰다 보니 내 아이한테 매일 먹일 수 있을 정도로 빵의 품질에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인 김구영 대표는 “인위적인 첨가물 없이 유기농 천연 재료로 만든 빵은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아이에게 특별히 특정 알레르기가 없으면 먹여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편인 김선종 대표는 본사 2층 제빵실에서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 천연버터에다 직접 만든 천연 효모균을 사용해 빵을 굽는다. 손님들에게 빵을 팔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건강한 음식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원재료에 공을 들이는 만큼 생산원가는 높아졌다. 주변에서는 ‘자영업은 그런 식으로 하면 망한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알아준다고 믿었고, 그 믿음은 실제가 됐다. 파비올라스의 연 매출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김선종 대표는 “천연발효 버터로 크로와상을 만들어 팔다가 더 좋은 프랑스산 엘르베르 버터를 알게 돼 재료를 바꾼 적이 있다”며 “원가가 올라가 2,400원이던 크로와상 가격을 15% 인상해 2,800원에 팔았는데 오히려 하루 판매량이 증가하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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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에게 전날 만든 빵을 팔지 않는 것도 파비올라스의 원칙이다. 당일 생산·당일 판매를 반드시 지킨다. 늦은 밤 시간이나 다음날이 되면 재고떨이로 싸게 파는 빵집이 많지만, 두 대표는 빵의 맛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당일 판매되지 않은 빵들은 다음날 주변 교회와 성당, 중증장애인시설에 기부한다.

고객들은 두 대표의 믿음대로 파비올라스의 진가를 알아주기 시작했다. 식사동에서 한 번도 파비올라스 빵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돌 정도다. 김구영 대표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식빵을 사지만 속이 더부룩해져서 얼마 못 먹고 다 버리는 손님이 계셨는데 우리 가게의 단골이 됐다”며 “그분이 빵을 마음껏 편하게 드시게 된 점이 창업 후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그들의 비전이다. 김선종 대표는 “빵만 파는 가게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들을 위해 연주회나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빵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입혀 음악 또는 예술작품과 함께 빵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꿈꾼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산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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