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원화 약세를 예상하고 환전을 미룬 영향으로 지난달 외화예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15일 2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이 679억4,000만달러로 1월 대비 32억9,000만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거주자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외화예금은 지난 12월(589억달러)과 1월(646억달러)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통화별로는 달러화예금이 579억8,000만달러로 전월보다 27억5,000만달러 증가했고 엔화예금은 41억5,000만달러로 2억4,000만달러 뛰었다. 유로화예금도 30억달러로 2억8,000만달러 늘었다.
외화예금 증가는 기업예금이 566억2,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27억2,000만달러 뛴 영향이 컸다. 개인 예금도 113억2,000만달러로 5억7,000만달러 늘었다. 한은은 기업과 개인 등이 원화약세를 예상해 환전 시기를 미룬 것으로 분석했다. 이달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1달러에 1,100원인 원화가 약세를 보여 1,200원이 되면 달러 환전을 통해 손에 쥐는 원화 금액이 더 커진다. 이를 두고 외환시장에서 환전 시기를 조정하는 현상(Lead and Leg)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2월은 우리 수출이 전년동월 대비 20.2%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가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서 직원들의 임금과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는데 원화가 약세일 때 팔면 환전금액이 늘어나게 된다”며 “이 때문에 1~2주가량 환전을 늦추는 움직임이 나온 걸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