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최근 10년간 29% 성장했지만 국민 삶의 질은 12% 개선되는 데 그쳤다. “국가 경제는 많이 성장했지만 내 삶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15일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에 따르면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는 2006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5년 111.8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국내총생산(GDP)은 28.6% 늘었다. 삶의 질 개선 수준이 경제 성장의 40%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경제지표가 아닌 삶의 질을 지수화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역별로 보면 가족·공동체 분야는 1.4%가 줄어 12개 영역 중 가장 좋지 않았다. 자살률이 10만명당 21.8명에서 26.5명으로 크게 늘었고 독거노인 비율, 이혼(한부모 가구 비율) 등이 증가한 탓이다. 고용·임금도 3.2% 개선됐는데 전체 평균 증가율(11.8%)에 크게 못 미쳤다. 고용률과 근로소득 증가가 미미한 가운데 일자리 만족도는 2009년 26.6%에서 2015년 25.2%로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건강(7.2%), 주거(5.2%) 등도 개선 속도가 더뎠다.
반면 교육(23.9%), 안전(22.2%), 소득·소비(16.5%), 사회복지(16.3%)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교육 영역에서는 고등교육 이수율(32.9%→45.5%), 유아교육 취학률(77.0%→92.1%) 등이 크게 좋아졌다. 안전 영역은 강력범죄 발생률(10만명 당 556.6건→550.8건)이나 도로사망률(13.0건→9.1건) 등이 개선됐다.
삶의 질 종합지수 개발에 참여한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는 양적인 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삶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가족·공동체나 고용·임금 등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지수는 각각의 지표를 단순히 평균화해 낸 수치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은 이런 점을 의식해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지속적으로 통계를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