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토요와치] 맛집순례...우린 오피스 빌딩으로 간다

도심 오피스 빌딩, 이유 있는 변신

디타워·파이낸스센터·서울스퀘어...

"공실률 상승따른 수익 하락 막자"

리테일 공간 대거 늘리며 차별화

홍대·가로수길 맛집 속속 들어서

주말 매출도 쑥...건물주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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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 디타워에 자리잡은 ‘파워플랜트’. 요즘 광화문 일대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꼽힌다. 분위기부터 남다르다. 직장인들이 많은 광화문 일대 술집이나 식당들이 다소 지루한 인상을 풍기는 것과 달리 파워플랜트는 화려한 모습으로 시선을 확 잡아끈다. 마치 홍대나 이태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파워플랜트는 건국대 앞에서 사업을 시작한 ‘오버더디쉬’로 잘 알려진 오티디코퍼레이션이 선보인 브랜드로 20여종의 수제맥주와 50여종의 병맥주, 맥주에 어울리는 햄버거·피자·바비큐·랍스터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면서 광화문 일대 직장인들의 마음을 훔쳤다. 파워플랜트와 같은 핫한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도심 일대 금요일 저녁 풍경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광화문 근처에서 근무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금요일 저녁만 되면 무료한 도심 오피스 타운을 벗어나 홍대나 신사동·이태원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곤 했다. 광화문에서 금요일 저녁을 보내는 것은 지루하기 그지없는 일일뿐더러 행여나 직장 상사라도 만나 합석을 하는 날에는 야근을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 위치한 세빌스코리아에서 근무 중인 손효상 과장은 “예전에는 광화문 일대에 젊은 직장인들이 약속을 잡을 만한 공간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는 파워플랜트를 비롯해 젊은 층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굳이 신사동이나 홍대와 같이 먼 곳까지 가지 않고 주변에서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1815A18 서울 주요 오피스 빌딩 리테일 면적


◇커지는 오피스 리테일의 가치=도심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리테일 시설을 통해 차별화를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대표적인 빌딩이 ‘디타워’다. 지난 2014년 준공된 디타워는 외관부터 파격적이다. 오피스 빌딩으로는 드물게 지상 5층까지 리테일로 꾸몄으며 길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리테일에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로비를 지하에 배치했다. 오티디코퍼레이션이 디타워에 파워플랜트 입점을 제안한 이유다. 배선구 오티디코퍼레이션 이사는 “광화문에서 가장 입지가 좋고 지하 아케이드 형식의 리테일 공간이 많은 다른 오피스 건물들의 하드웨어와 달리 디타워는 지상의 넓은 공간을 쓸 수 있어 차별화된 디자인과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디타워의 파격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심지어 디타워는 ‘○○빌딩 아케이드’ 등으로 불리며 하찮은 취급을 받던 오피스 리테일에 멋진 이름도 붙여주었다. 디타워 전체 건물 중 약 18% 정도(연면적 1만 9,140㎡)를 차지하는 리테일의 이름은 ‘리플레이스(replace)’다. 이 같은 디타워의 사례를 본 다른 빌딩의 건물주들도 리테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해 준공된 을지로 대신증권 명동 신사옥의 건물주인 대신증권의 경우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3,670㎡ 규모인 리테일 공간을 명동이라는 지역적 특색에 맞춰 개발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으며 디타워처럼 개성 있는 이름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디타워처럼 파격적이지만 않지만 도심 내 다른 오피스 빌딩에서도 리테일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도심 내 오피스 빌딩들이 공실률 상승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리테일 공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대형 오피스 빌딩들의 리테일 면적은 웬만한 리테일 전용 건물보다도 크다. 오피스 빌딩 중 리테일 면적이 큰 편에 속하는 서울파이낸스센터(리테일 연면적 2만 617㎡), 그랑서울(1만 9,444㎡), 서울스퀘어(1만 8,229㎡) 등은 명동에 위치한 엠플라자(1만 4,112㎡)보다 넓고 눈스퀘어(2만 3,955㎡)와 맞먹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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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도심 오피스 빌딩의 리테일 공간이 단순히 오피스 빌딩에 딸린 부속 공간이 아닌 고유의 공간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앞으로 도심 내 리테일 공간들의 차별화 경쟁도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대·신사동 가로수길 맛집이 오피스 빌딩으로 간 까닭=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도심 오피스 리테일 공간에 홍대나 신사동·청담동·이태원 등에서 유명세를 탄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현상은 특색 있는 가게를 유치해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려는 건물주와 사업 확장을 원하는 로드숍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년 7월 한남동에서 처음 가게를 연 브런치 레스토랑 ‘비밀(B Meal)’은 지난해 10월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서울스퀘어에 3호점을 열었다. 또 2015년 청담동에 1호점을 내고 제주 함덕에 2호점을 낸 호주 커피 전문점 ‘블랙드럼’은 지난해 11월 기존 길거리 매장을 벗어나 서울스퀘어에 3호점을 열었다. 블랙드럼은 현재 중구 정동에 위치한 정동빌딩과도 입주를 협의 중이다. 이외 신사동에서 사업을 시작한 ‘카페오시정’은 현재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3층에서 생과일주스와 수제 디저트케이크로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또 2014년 신사동에서 1호점을 낸 퓨전 한식점 ‘24절기’도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입점한다. 24절기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슐랭가이드로부터 원스타 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길거리 매장 위주로 운영하던 이른바 지역 맛집들이 도심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에 자리를 잡은 것은 매출 다변화와 사업 확장을 위해서다. 권영재 비밀 대표는 “로드숍의 경우 강남역이나 이태원 같은 특A급 위치가 아니면 주말 매출에 편중돼 있다”며 “이와 달리 오피스는 상주인구가 있기 때문에 평일에도 매출이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티디코퍼레이션의 배 이사는 “오피스 상권의 경우 평일 점심시간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입소문이 빨라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차가 편리해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건물주도 환영…주중뿐만 아니라 주말 매출도 증가=건물주들도 앞다퉈 지역 맛집들을 유치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한 대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싱가포르계 투자자는 “오피스 빌딩 리테일의 취약점은 주말 장사가 어렵다는 점”이라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를 유치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우리 건물에서만 경험하고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가게들을 들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미아 세빌스코리아 전무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게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오피스 내 리테일 시설들이 맛집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선영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이사는 “유동 인구 발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도심 오피스 빌딩들이 유명한 맛집을 유치하려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제는 도심 오피스 빌딩의 리테일도 단순히 상주하는 근무자를 타깃으로 하는 시대를 벗어난 만큼 이 같은 현상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처럼 도심 오피스 빌딩들이 특색 있는 가게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덕분인지 주말 매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비밀의 권 대표는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는 주말 장사가 잘 안 됐는데 최근에는 주말 매출이 더 많이 나온다”며 “서울스퀘어에 입점한 다른 가게들도 주말에 문을 여는 곳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오티디코퍼레이션의 배 이사도 “파워플랜트의 경우 오히려 주말 매출이 주중 대비 1.3~1.5배 더 나온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서울고가공원을 비롯해 도심 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면서 도심 오피스에 위치한 리테일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허주일 카페오시정 대표는 “주말 같은 경우 인근 청계광장에 놀러 온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대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주차가 편리하다 보니 다른 길거리 가게에 비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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