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탄핵한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시민 세 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두 명은 평소 앓던 심장질환 등이 사인이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달랐다. 시위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무단으로 탈취해 경찰이 세워둔 차벽을 들이받는 와중에 차벽에서 떨어진 스피커의 충격으로 사망했다. 불법·폭력시위에 따른 것이다.
한국 불법집회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불법 폭력시위 발생 건수는 지난 2012년(51건)을 정점으로 2015년(30건)까지 매년 줄어들었지만 집회 과정에서 경찰의 부상자 수는 같은 기간 연간 57건에서 302명으로 6배 가까이 뛰었다. 그만큼 물리적 마찰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불법적인 의견 표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다. 집회가 규모화되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경찰력도 2010년 주간 5,002중대, 야간 1,273중대에서 2014년 주간 2만2,718중대, 야간 6,620중대로 확대됐다. 불법집회 한 건당 드는 사회적 비용(치안정책연구소·2008년)은 888억원으로 합법집회(2,000만원)의 4,000배가 넘는다. 차성민 한남대 법학과 교수, 강신원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팀(2008년)도 불법시위 1회당 사회적 비용이 910억원가량으로 합법시위(3,000만원)의 3,000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처벌은 관대하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경찰청 등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010~2014년 불법과 폭력으로 집시법을 위반한 사례 중 실형이 나온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불법시위 등으로 천문학적인 경제·사회비용이 들었지만 정부가 2006~2015년 21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받은 돈은 3억6,000만여원밖에 되지 않는다.
불법집회처럼 사회의 기틀인 법을 지키지 않은 대표적 사례는 교통사고에서도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2013년 기준)는 인구 10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01.4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2위다. 지난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불법주정차와 꼬리물기, 진출입로 끼어들기 등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3,565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음주운전은 더욱 심각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2014년 음주운전 적발자 120만2,734명 가운데 50만2,952명이 처벌받은 후에도 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재범률이 41.8%다. 3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는 2013년 3만9,490명에서 2014년 4만4,717명, 지난 4만4,98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주의가 허용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한참 넘어섰다”면서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