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림(28·롯데)이 새 여왕을 기다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새해 첫 대회에서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김해림은 19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미션힐스GC 블랙스톤 코스(파73·6,362야드)에서 열린 SGF67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3라운드에서 3언더파 70타(최종합계 14언더파 205타)를 쳐 배선우(23·삼천리)와 동타를 이룬 뒤 두 번째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뒤늦게 생애 첫 승을 신고한 김해림은 10월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도 제패하며 강자 대열에 합류한 선수다. ‘대세’ 박성현(23)의 미국 무대 진출로 여왕의 자리가 빈 가운데 김해림은 일찌감치 우승상금 1억500만원을 챙겨 어느 해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1인자 경쟁에서 요긴한 밑천을 마련했다. 개인 통산 3승째.
그야말로 장갑을 벗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승부였다. 각각 1타 차 선두와 2위로 출발한 김해림과 배선우의 대결은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전개됐다. 배선우는 2타 차로 뒤지던 6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고 7번홀(파4)에서 버디를 보태 김해림과 동타를 이루며 기세를 올렸다. 김해림도 8번홀(파3)과 11번홀(파3) 버디 등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승부는 17번홀까지 1타 앞선 배선우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18번홀(파5)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배선우의 세 번째 샷이 그린을 지나쳐 벙커에 빠진 반면 김해림은 1m도 안 되는 완벽한 버디 기회를 만든 것. 보기를 범했다면 순식간에 막판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었던 배선우가 파 퍼트를 성공하면서 둘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김해림은 18번홀에서 펼쳐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드라이버 샷을 해저드로 보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세 번째 깔끔한 샷에 이어 그린 주변에서 친 네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인 뒤 파를 지켜냈고 배선우가 3m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번 실수는 없었다. 김해림은 2차 연장에서는 두 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까지 날려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배선우는 50야드 정도 거리에서 세 번째 샷을 홀 3m 정도에 올렸고 김해림은 1m 안쪽에 붙였다. 배선우의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간 뒤 1m 안쪽의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한 김해림은 동료 선수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김해림은 통산 3승 중 두 차례를 연장전에서 따냈다.
연장전에서 아쉽게 고개를 떨궜지만 배선우도 새해 첫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장타자 김민선(22·CJ오쇼핑)과 지난해 신인왕 이소영(20)이 3타 뒤진 공동 3위(11언더파)에 올랐다.
한편 현지에서 대회 중계 영상을 제작한 중국 CCTV는 ‘꼼수 영상’으로 빈축을 샀다. 김해림만 나오면 먼 거리에서 잡거나 카메라 위치를 조정해 김해림의 후원사인 롯데 로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해림의 우승 퍼트 순간에도 시청자들은 먼 거리에서 촬영한 영상과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