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외환시장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금리·환율정책 딜레마 빠진 한국

환투기 우려·中 무역보복 대응 필요

정치서 '경제 살리기' 관심 돌릴 때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대선을 앞두고 외국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내리고 주가가 오르고 있다. 언뜻 보면 우리 경제는 문제가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우리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금리정책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 금리를 올린 후 올해 추가로 두세 차례 금리를 높이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를 높여 현재 1%인 기준금리를 3%대로 올릴 것이 예상된다. 미국이 금리를 높이는 경우 우리 경제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금리를 높이자니 경기침체와 가계부채가 우려되고 이를 염려해서 올리지 않자니 금리차이로 인한 자본유출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환율정책도 사용하기가 어렵다.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4월과 10월에 있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우리 외환 당국은 지금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어렵다. 이를 알고 있는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우려된다. 실제로 이미 최근 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환율은 급속히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이 금리를 높이던 시기에도 있었다.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하락하자 한국은행은 자본유출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해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렸다. 결국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커지고 자본유출이 가시화되면서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외환위기 위험에 노출됐다. 당시에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체결로 위기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금리와 환율은 급등했다. 지금의 외환시장 상황은 그때와 유사하다. 외환시장을 흔드는 손이 우려되는 것이다.

일본 엔화 환율의 흐름도 문제다. 엔화 환율의 변동은 우리 수출은 물론 국내경기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국제통화인 일본 엔화의 통화가치는 국제통화가 아닌 우리 원화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더 빨리 반응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당시 일본 엔화는 큰 폭으로 평가절하되는 반면 우리 원화는 평가절상되면서 우리 수출이 감소하고 경기는 더욱 침체됐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는 이미 미국과의 환율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4월과 10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일본은 제외되고 우리가 그 대상이 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2004년 미국 금리 인상 때와 달리 우리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늘어나 있고 단기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로 낮아져 있다. 최근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크게 늘어나 있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는 점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안정이 높아져 있다는 것은 마음 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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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 여건도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보호무역과 환율조작국 지정을 서두르고 있으며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무역보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무역보복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불공정 무역제재 모두를 해소시키기는 쉽지 않다. 내수침체에다가 수출까지 감소할 경우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부동산 가격 폭락이나 한계기업 도산이 우려된다.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한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시급하다. 먼저 통화 당국은 자본유출도 막으면서 동시에 급격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도록 금리정책을 신중히 운용해야 한다. 금리안정에 초점을 두고 미국과의 금리차이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자본유출을 피하기 위해서는 4월과 10월에 있을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 정부는 물론 5월에 들어설 새 정부도 대미 환율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환투기 세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과도한 자본유입으로 인해 환율이 지나치게 하락하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일본 엔화환율이 올라가는데 원화환율은 지나치게 하락하지 않도록 환율을 관리해 수출이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국의 무역보복에도 대응해야 한다. 사드 배치로 중국의 무역보복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남아 등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

탄핵과 대선으로 모든 관심이 정치에만 쏠려 있다 보니 정작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경제에 대한 관심은 낮아져 있다. 이제 정치에서 경제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지금은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기업과 국민 모두가 합심해서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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