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 자전거 공유 경제의 미래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최근 중국 거리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오렌지색과 노란색 등 형형색색으로 달리는 공유자전거의 물결을 들 수 있다. 노란색 자전거 ‘오포(ofo)’와 오렌지색 ‘모바이크(mobike)’가 선두를 달리고 신생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든 중국의 공유자전거 시스템은 언뜻 보면 진부한 아이템이다.


마천루로 가득 찬 베이징 거리 등 중국의 최근 변화에 둔감한 사람은 1980년대 출퇴근길을 채웠던 자전거 행렬을 떠올리며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공유 경제는 쉽게 흘려 봐서는 안 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주 말 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의 공유 경제 등을 언급하며 “실리콘밸리도 중국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공유자전거는 이미 미국과 영국·독일 등 선진국 대도시에서는 보편화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시가 운영하는 ‘따릉이’라는 공유자전거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 단순히 이 공유자전거에서 혁신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중국 공유자전거의 혁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각국에서 선보인 기존 공유자전거들은 자전거 정류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유자전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정류장을 찾아야 하고 사용 후에는 다시 정류장에 세워 놓아야 한다. 자전거 정류장은 대부분 지하철역 등 이용이 많은 지점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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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유자전거는 정류장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했다. 길거리 곳곳에서 공유자전거를 골라잡아 이용한 뒤 아무 곳에나 세워놓고 잠금장치를 걸면 된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세워진 공유자전거를 발견하고는 웃음을 짓는 일도 흔하다. 공유자전거 운영 회사는 여기저기 방치된 자전거를 수시로 수거해 이용이 많은 지점에 다시 모아 놓는다. 이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까운 자전거를 검색할 수 있고 공유자전거 회사는 QR코드를 통해 입력된 이용자들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정류장에서 자유로우며 QR코드 스캔으로 운영하는 중국 공유자전거 시스템과 유사한 신생업체가 생겼다. 공유 자동차 기업의 엔지니어 출신이 창업 멤버로 참여한 스핀(Spin)이라는 기업이다.

지난해 말 포드는 자전거 공유앱 모티베이트와 제휴를 맺고 자전거 공유 플랫폼인 ‘고바이크(GoBike)’ 서비스를 확대해 실리콘밸리 인근 지역에 자전거 공유 정류장을 수백 곳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생기업 ‘스핀’은 중국 스타일의 공유자전거 모델로 포드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 10만대의 자전거를 운영한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시 당국의 규제라는 지적이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보행자 안전과 교통 영향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실험이 성공 가도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괴물인 중국 당국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게 공유자전거 경제를 대하고 있는 덕택이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자전거 더미, 위조 QR코드를 통한 범죄 가능성과 교통 혼란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장기 미래 비전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의 큰 골격 가운데 하나로 이들 공유 경제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공유 자동차 디디추싱에 이은 중국의 새로운 자전거 공유경제가 과연 성공의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올해 말 5,000만명으로 예상되는 이용자 수에도 불구하고 1위안(170원) 정도에 불과한 이용 요금으로 과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텐센트나 디디추싱·샤오미 등은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예산으로 자전거도로를 재정비하고 보조금을 책정하는 지원책을 펴는 것도 성공을 낙관하게 만든다. 말로는 공유 경제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규제의 말뚝을 치우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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