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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행복 목욕탕’ “불완전한 가족이 전하는 뜨거운 사랑”

독립 영화 <캡처링 대디>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나카노 료타 감독이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는 영화 <행복 목욕탕>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일본의 신예 감독 나가노 료타의 첫 상업 장편 데뷔작 <행복 목욕탕>은 모든 가족이 가지고 있는 ‘비밀’, ‘사랑’, ‘슬픔’, ‘행복’을 뜨겁고 따스하게 그리고 있는 영화. 국내에서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이란 제목으로 첫 선을 보였고, 23일 정식 국내 개봉했다.




배우 스키사키 하나(왼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영화 ‘행복 목욕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배우 스키사키 하나(왼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영화 ‘행복 목욕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아름다운 영상미, 힐링을 주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는 이번 영화는 2016년 개봉한 <태풍이 지나가고>와 2017년 1월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에 이어 일본 감성 영화의 맥락을 이어나간다. 일본의 유명 배우 미야자와 리에, 오다기리 죠, 스기사키 하나 등이 출연했다.

21일 오후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에서 만난 나가노 료타 감독은 “세계 어느 나라의 관객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개인적으로 ‘가족’이란 주제에 시선이 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주제라면 세계 어느 나라 관객들과 만나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영화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 집 근처에 대중목욕탕이 있어서 자주 다녔다고 한다. 그에게 ‘목욕탕’은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였다. 특히 ‘목욕탕’이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해 이야기의 배경을 ‘목욕탕’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목욕탕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같은 탕 안을 들어가기도 하고, 말을 주고받고 몸을 같이 데우잖아요. 신기하고 묘한 느낌을 받았어요. 소통을 통해서 사람간의 유대를 맺어간다는 게 희박해지고 있는 세상이잖아요. 오래된 대중목욕탕을 통해 따뜻한 인간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행복 목욕탕>은 가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진 엄마와 서툴지만 순수한 아빠,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딸과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복동생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겼다. 일본 아카데미상을 포함한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휩쓸었다. 눈에 보이는 성과 외에도 감독에게 쏟아지는 편지들도 엄청났다.

“영화 개봉 이후 편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관객 각자가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에 링크시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머니에 대한 사랑 혹은 자녀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가족에 대한 부분이었겠죠. 고통스러운 사랑도 있지만, 이 영화 속에 흐르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관객의 어떤 부분을 어루만지지 않았을까요? 약간은 살벌해져있고, 약간은 거리감이 있는 세상 속에서 이 영화를 통한 위로, 그 지점이 공감대를 이끌어냈다고 봐요.”

나카노 료타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영화 ‘행복 목욕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나카노 료타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영화 ‘행복 목욕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나카노 료타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영화 ‘행복 목욕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나카노 료타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영화 ‘행복 목욕탕’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감독은 젊은 시절 영화 속 등장인물인 청년 타쿠미처럼 목적 없이 방황하던 히치하이커였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감독은 타쿠미로 분한 배우 마츠자카 토리와 이미지가 닮아있다. 마츠차카 토리는 모델 출신의 톱스타이기도 하다. 취재진의 말에 감독은 놀라움과 행복함을 동시에 내비치며, “진짜예요? 그 이야기는 기사에 꼭 써주세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누군가는 <행복 목욕탕>을 흔하디 흔한 가족 드라마로 정의내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보다 진정성 있게 끌어당긴다. 그 점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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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 마디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삶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엄마의 이야기예요.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숨겨진 비밀이 있고, 지금까지 본 일이 없는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만난 적이 없는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나가노 감독은 “좋은 영화란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잘 끌어들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인간상이 제대로 그려져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음한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으면 빨려 들어가게 되잖아요. 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으로, 배우들이 연기를 통해서 표현을 하도록 해요. 등장 인물 각각의 개성 안에서 그 사람의 모습을 온전하고 정성스럽게 잘 그려서, 그 인물의 마음의 결을 잘 그려내도록 표현하고 자 해요. 그런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음 해요.”





평단과 관객 모두의 좋은 평을 받으며 청신호를 켠 감독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오래전부터 배두나 배우를 좋아했다. ”고 고백하며, “언젠가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좋아하는 한국 감독으로는 이창동 감독을 꼽기도 한 그는 “이창동 감독, 배두나 배우 모두가 저희 ‘행복 목욕탕’을 봤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당부 드리는 것도 그렇지 않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였다.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감독은 다음 작품은 ‘행복 간장게장’으로 정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국와 와서 처음 맛본 음식이 ‘간장게장’이라고 밝힌 감독은 “앞으로 남은 생 동안 간장 게장을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다음 작품 제목은 ‘행복 간장게장’으로 정했다”고 말한 것.

한국에서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고 알려져있다. 그만큼 ‘간장게장’이 있으면 밥 한 그릇을 후딱 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딱 맞는 표현이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감독은 벌써부터 ‘간장게장’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는 듯 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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