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이 멤버십 포인트로 연간 지출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이통사들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서 유추 가능하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이통 3사는 7,910억원 상당의 멤버십을 제공했으며 실제 사용 금액은 3,165억원 수준이다. 이통사들은 멤버십 제공에 따른 비용을 제휴업체와 절반씩 부담 중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면 이통3사는 2012년 1,600억원 정도를 멤버십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어떨까.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이 멤버십 서비스를 확대 개편한 것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 연간 수 천억 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비용은 통신요금에 당연히 반영돼 있다. 문제는 멤버십 혜택이 상위 요금제 이용자 중 이른바 ‘체리피커’ 고객이 가져가도록 설계 돼 있다는 점이다.
◇이통사의 멤버십 계급제=실제 이통 3사는 요금을 기준으로 멤버십 고객을 차등 분류한다. SK텔레콤(017670)은 연간 90만 원 이상의 요금을 납부한 이용자(가입기간 요건 제외)를 VIP로 분류하며 나머지 고객은 △골드 △실버 △일반 등 4개로 나눈다. KT(030200)는 연간 이용금액 100만 원 이상인 고객을 VIP로 하며 △골드 △실버 △화이트 △일반 등 5개 등급으로 나눈다. 매달 이용액을 기준으로 멤버십 등급을 산정하는 LG유플러스(032640)는 월 7만4,800원(순액요금제 기준)을 이용하면 VVIP로 선정하며 이외에 △VIP △다이아몬드 △골드 △실버 △일반 등 6개 등급으로 나눈다.
등급에 따른 혜택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SK텔레콤은 VIP 고객에게 포인트를 무제한 제공하는 반면 연간 이용요금 24만원 이하인 일반 가입자에게는 5만 포인트만 제공한다. 일반 가입자는 편의점이나 레스토랑에서의 할인율이 VIP 대비 절반 수준이다. KT는 VIP 고객은 포인트만으로 영화관람이나 커피구매가 가능하게 한 반면 연간 이용요금 20만 원 이하 고객에게는 아예 포인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멤버십이 마케팅 용도이기 때문에 상위 요금제 고객에게 혜택을 더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반면 해외 멤버십 서비스는 쓴 만큼 쌓이는 항공사 마일리지와 유사한 구조다.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스마트 리워드’는 1달러당 10점 씩 포인트가 쌓이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1년 마다 포인트가 사라지는 국내와 달리 가입기간 동안 포인트가 계속 쌓인다. 포인트 사용처가 많진 않지만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쓰거나 상위 요금제 가입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는 아니다.
국내 이통사들도 한 때 마일리지 형태의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했다. SK텔레콤의 ‘레인보우 포인트’, KT의 ‘별 포인트’, LG유플러스는 ‘이지(EZ) 포인트’가 해당 서비스다. 하지만 KT는 지난 2010년 이후 마일리지와 포인트를 합산해 현재와 같은 포인트 형태로만 제공 중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G 시절의 마일리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3G 및 4G 요금제는 마일리지 적립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중장년 층에게는 높은 멤버십 문턱=그나마 멤버십 카드를 발급 받은 이들은 덜 억울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휴대전화 이용자 중 멤버십 가입자 비율이 50%가 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 멤버십은 지점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별도 신청해야 발급이 가능한 구조인 탓이다. 절반 이상의 이통사 가입자는 본인은 쓰지도 않는 멤버십 비용까지 통신요금 중 일부로 갹출하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 층은 멤버십 사용 시 차별을 받는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대의 68.8%, 70대 이상은 20.1%만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파리바게뜨 이용 시 멤버십 할인율을 플라스틱 카드 이용자에게 모바일 카드의 절반 수준인 5%만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플라스틱 멤버십 카드를 발급하면 관련 포인트를 5,000점 차감한다. 이통사들은 카드 발급 비용 및 양도 가능성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통사들은 가족 간 멤버십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지만 이 또한 절차가 번거롭다. SK텔레콤은 모바일에서는 포인트 교환을 못하게 해놓았으며 KT는 가족관계증명서를 고객센터에 팩스 등의 방식으로 제출해야 교환이 가능하다.
지난 2013년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이동전화 마일리지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소멸예정인 멤버십 포인트를 노년층 통신요금 할인, 장애인 지원, 소외계층 문화 이용 지원 등에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진척이 전혀 없다.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이동통신사의 멤버십 포인트 폐지와 포인트 사용기간 축소와 관련한 참여연대의 심사 청구에 대해 “사업자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심의 결과를 내놓으며 이통사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멤버십 포인트를 단순 마케팅 요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미래부가 사업자들과 함께 고민해 적절한 활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미래부가 요금 약관 심사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