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19대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 '사업증액' 편법요구에도 '예산폭탄'

■사라지지 않는 '눈먼 돈' 쪽지예산

올 40조원...예산안의 10%나

여야 중진 의원들 교묘히 따내

정부 청탁금지법으로 신고 '0'

쪽지예산도 ‘눈먼 돈’이라는 해묵은 관행 중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 이후에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여야의 힘깨나 쓴다는 중진 의원들은 쪽지예산 대신 예산안 조정소위원회 증액요구 사업 등을 통해 해당 지역구에 수십~수백억원씩의 예산 폭탄을 안겼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청탁금지법으로 신고하겠다고 했지만 신고 건수는 ‘0’건 이었다.

지난해 10월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국회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 특별위원회를 통하지 않고 비공식·비공개로 예산을 요구하는 예산은 부정청탁으로 간주하고 2회 이상 반복하면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러자 국회는 증액 요구 사업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피해갔다. 올해 예산안의 증액 요구 사업은 4,000여건, 금액으로는 무려 40조원에 달한다. 올해 정부 예산안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016년 예산안의 증액 요구 사업이 3,000여건, 9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우회 통로로 사용된 것이다.


증액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쪽지예산을 없애겠다며 처음에는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를 공개했지만 여야 3당 간사로 구성된 증액 소위에 들어가자 심의를 비공개로 돌렸다. 정부 역시 증액 요구 사업을 모두 검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임의 판단이 어려운 만큼 정책과 관련된 사업은 각 당의 요구액을 중심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결과는 국회의 뜻대로였다. 정부 예산안 대비 4,000억원가량 증액된 사회간접자본(S0C) 예산은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지역구로 배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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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인 순천에 있는 국가정원 관리와 보수공사는 각각 정부 편성 예산보다 5억원, 4억원 증액됐다. 순천 유·청소년 다목적 수영장 건립(15억원), 순천대 체육관 리모델링(6억2,600만원) 사업은 원안에 없던 항목이 신규로 편성됐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경북 경산을 지나는 대구선 복선 전철 사업은 당초 590억원에서 110억원이 증액돼 총 700억원이 배정됐다. 자기유도·공진형 무선전력 전송산업 기반구축사업 예산도 당초 20억원에서 10억원 추가로 편성됐다. 정진석(공주·부여·청양) 당시 원내대표의 지역구를 통과하는 보령~부여 국도 40호선 사업비는 정부 원안인 125억2,900만원보다 40억원 늘었다. 공주 지역도 공주박물관 수장고 건립을 위해 7억6,000만원이 신규 편성됐다.

야권도 지도부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국민의당은 당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 예산이 대폭 늘었다. 호남고속철도 광주~목포 구간 공사 예산은 정부 원안인 75억원의 8배가 넘는 655억원 늘어났다. 보성~목포 임성리 철도 건설 예산도 1,561억원이었던 원안에 650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밖에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청사 신축 비용으로 10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지역구 예산 수요는 있는데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쪽지예산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예산심의 절차가 좀 더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눈먼 돈도 줄이고 예산심의가 왜곡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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