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3차원(3D) 지도 분야 전문 기술기업 ‘에피폴라’를 인수했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현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3D 지도와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3D 컨텐츠 생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내외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통신사와 포털까지 모두 가세한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3차원(3D) 지도 분야의 전문 기술 기업인 에피폴라를 인수한다고 27일 밝혔다. 네이버는 에피폴라의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구체적은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에피폴라는 웹 브라우저에서 3차원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 표준인 ‘WebGL’을 활용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3차원 공간정보 시스템(지도 시스템)을 개발했다. 에피폴라의 3차원 공간정보 시스템은 서울시 공공 사업에 들어갈 정도로 기술의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에피폴라는 사용자가 특정 건물 사진을 찍기만 하면 관련 POI(식당·가게 등의 관심 장소) 정보를 찾아주는 이미지 검색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에피폴라 인수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3D 지도 등 3D 콘텐츠 생산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에피폴라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네이버 지도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관련 연구과제들에도 시너지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네이버의 에피폴라 인수는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자율주행차 분야 선점에 나선 글로벌IT기업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3D 지도는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다 .자율주행 중 영역 내에 있는 주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 정밀지도를 넘어선 초정밀 3D 지도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IT업체들도 3D 지도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3D 맵핑 기술 업체인 캐나다의 ‘폴리9’과 스웨덴의 ‘C3 테크놀로지’를 연달아 인수하면서 3D 지도 데이터 구축에 힘써왔다. 지난 2012년부터는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업체인 톰톰과 계약을 맺고 지도를 공급받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의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중국의 데이터 마저 확보한 상태다. 구글도 지난 2004년 3D 지도 기술을 보유한 ‘키홀’, 지난 2013년 이스라엘의 소셜 기반 GPS 기술 업체인 ‘웨이즈’ 인수 등으로 3D 지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텐센트와 인텔도 가세했다. 텐센트 지난해 12월, 인텔은 지난 1월 핀란드의 노키아가 설립한 지도 서비스업체 ‘히어(Here)’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6개 자동차 회사와 덴소, 파나소닉 등의 부품회사가 연합해 지난해 3월 3D 지도 제작 기술의 공동 개발을 위해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들 기업들이 3D 기술의 자율주행과 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 분야의 활용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도 경쟁자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전문 기술기업을 인수했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CTO를 맡고 있기도 한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에피폴라의 3D 기술은 네이버랩스에서 연구 중인 다양한 미래기술들과의 시너지를 내며 네이버랩스 기술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며 “네이버랩스는 앞으로도 삶의 공간과 이동 상황에서의 인텔리전스 기술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들과의 연계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